[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 5일 대작 게임 2개가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해 게이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하나는 20년 넘게 시리즈를 이어온 유명 IP(지식재산권)를 사용한 '라그나로크X : Next Generation, 이하 라그나로크)'이며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롭게 선보이는 '에버소울'이다. 에버소울은 수집형 RPG, 라그나로크X는 MMORPG로 장르도 다르지만 캐릭터에 애정을 쏟아 키우는 '롤플레잉 게임(RPG)'라는 큰 특성은 동일하다.
본래 인기 IP는 어느 정도 브랜드 홍보가 돼 있고, 또 고정 팬층도 있기에 초반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새롭게 출시된 신예 에버소울이 라그나로크X에 KO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년 이상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인기 IP 라그나로크 시리즈 최신작인 라그나로크X는 사실 2021년 동남아시아에 먼저 출시된 게임이다.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선 출시돼 동남아 지역에서 무료 인기게임 1위, 대만·홍콩·마카오 최고 매출 1위, 누적 다운로드 1500만건 기록 등 준수한 성적표를 거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흥행이 다소 어려워 보인다. 아직 서비스가 시작된지 13일 밖에 안 됐지만 에버소울이 복병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식 공개 전 '평작'과 '대작' 사이이에 머물 거라 예상됐던 에버소울이 막상 공개되자 우수한 그래픽과 OST,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에버소울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반면 라그나로크X는 에버소울에 비하면 비교적 반응이 잠잠하다. 온라인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소녀시대 출신 '윤아'와 슈퍼주니어 출신 '김희철'이 라그나로크X의 광고모델을 맡았음에도 신작에 대한 입소문이 뜸하다. 지금까지 라그나로크 IP로 출시된 게임이 총 35종에 달해 신선도가 덜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해외에서 출시 2년이 경과한 게임에다 전작인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그래픽이나 게임 진행 방식 등에서 큰 변화가 없다 보니 기존 라그나로크 마니아들 외에 신규 유저를 흡수할 요소가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먼저 게임 다운로드 수. 애플의 앱스토어는 앱 다운로드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대략적인 다운로드 숫자가 표기된다. 16일 기준 구글 플레이에서 에버소울 다운로드 숫자는 50만 이상, 라그나로크X는 10만 이상으로 표기됐다. 다운로드 숫자에서 5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임 평가도 에버소울이 평점 4.6점, 라그나로크X가 4.5점으로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다. 다만 에버소울의 평가 리뷰가 4만개 이상, 라그나로크X가 3000개 이상으로 차이가 큰 만큼 실질적인 평점에서 에버소울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작인 에버소울이 이렇게 라그나로크X를 앞설 수 있었을까? 게이머들은 에버소울의 흥행 요소에 대해 ▲과금 유도가 적고 ▲캐릭터의 매력이 확실하며 ▲인연 스토리 및 영지 꾸미기 등 전투 외적으로 즐길 거리가 다양한 점을 꼽는다. 무엇보다 운영진이 게임 데이터 유출 등의 초반 악재에도 불구하고 1분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빠르게 진화에 나서는 등 게이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반면 라그나로크X는 신규 게이머가 즐기기에는 고색창연한 그래픽, 전작과 크게 바뀌지 않은 퀘스트 등으로 인해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카카오게임즈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에버소울의 현재 인기를 꾸준한 업데이트와 신규 캐릭터 추가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에버소울의 흥행은 주가로도 반영됐다. 에버소울이 출시된 1월 5일 주가는 4만4750원이었으나 16일 종가 기준 4만8250원으로 10%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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