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환율 속 '사상 최대 실적' 넘보지만..미국서 전기차 '잘 안풀리네'

강달러 힘입어 3분기 영업익 역대급 실적 예고
인플레법 타격..현대차, 美 전기차 판매 14%↓
"2025년 조지아주 공장 완공까지 타격 불가피"

이정화 기자 승인 2022.10.05 14:32 의견 0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인 지난달 현대차그룹의 미국내 전기차 판매가 이전 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전 세계를 활보하며 '글로벌 톱 브랜드'를 노리는 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다. 달러 강세로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사업에도 속도를 내며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웬일인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좀처럼 '전기차 날개'를 펴지 못하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인 지난달 현대차그룹의 미국내 전기차 판매가 이전 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 9월 한달 동안 전기차 아이오닉5를 1306대 팔아 이전 달(1517대)보다 14%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1984대, 아이오닉 포함)과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했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같은 기간 1440대 팔려 8월(1840대)보다 400대(22%) 줄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에 따른 타격으로 해석한다. 이 법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미국산 전기차와의 차별 논란과 함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됐다는 평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주요 입법 성과로 널리 홍보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의 타격이 당분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좀처럼 안 풀리는 전기차 상황과 달리 전체 판매 자동차 대수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8월 한 달간 총 6만4335대의 신차를 팔았다. 이는 1년 전보다 14%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역대 8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5만9465대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9월 한 달 동안 전년 같은 달보다 6% 증가한 5만6270대를 팔아 역대 9월로는 최고 판매량을 자랑했다.

이런 상황에 '강달러(달러화 가치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3분기 전망은 우려와 달리 밝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 현대차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6조2234억원, 3조130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6%, 95% 오를 것으로 본다. 현대차가 예상대로 영업익 3조원을 돌파하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게 된다.

기아 또한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익이 22조8734억원, 2조4028억원으로 각각 29%, 81%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의 실적 신화를 새로 쓸 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기준 200만대를 갓 넘었던 전세계 전기차 판매가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400만대를 넘어선 점을 고려할 때 전기차 핵심 시장 중 한 곳인 미국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 인플레이션감축법이 수정이나 예외 없이 계속 지금처럼 시행된다면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인 오는 2025년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반도체 공급난 및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이중고에도 환율 효과와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 구조에 힘입어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면서 "고환율과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에도 탄탄한 체력을 기반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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