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지금 건설업계는② 건설안전 확보, 체질 개선·첨단 기술 적용 눈에 띄어

중대재해처벌법·건설사 브랜드 이미지 훼손, 안전체계 갖추는 건설업계
대형사들, 안전문화 체질 개선 박차..넛지효과 유도
AI, 드론, CCTV 등 첨단기술 적용 활발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5.21 10:45 의견 0

최근 건설업계는 과거 건설 황금기, 현금부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금리 기조, 원자잿값 상승 등 요인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PF위기로 건설업의 어려움이 은행권까지 확대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증명하듯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의 1분기 성적표를 보면 단 두 군데를 제외하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건설업황 업앤다운 사이클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건설사들의 생존능력도 높아진 모습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4주년을 맞아 국내 건설산업을 책임지는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한 사업전개 현황과 여러번 강조해도 부족한 안전체계,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 기업 내실을 어떻게 다지고 있는 지 등을 ‘그들이 직접 밝힌 것’만을 토대로 세 편의 기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산 폐알루미늄업체 사고 현장을 찾은 모습 (자료=고용노동부)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건설’하면 떼 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안전’이다. 건설업종 특성상 매해 건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국가는 중대재해처법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함과 동시에 작업 시 신체가 손상되거나 목숨까지 빼앗겼을 경우 그 원인을 밝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원인에 따라 책임 소재를 찾고 과실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다.

법이 시행된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올해가 돼서야 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이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했다는 데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자신이 관여하는 사업장이라면 더 철저하게 신경 써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중대재해법 위반 시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가 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잡음이나 불명예에 대한 불안감, 이어지는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줄 사업상 불이익 등으로 인해 최근 건설업계의 안전조치 강화가 이전보다 눈에 띈다.

경기도 한 삼성물산 건축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 현수막을 확인하고 있다. (자료=삼성물산)

먼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 환경 조성에서 나아가 작업중지권 활성화에 앞장서 근본적인 건설 현장 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건설사가 있다. 삼성물산이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권리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근로자 포상과 협력업체 손실을 보장해 줌으로써 안전 문화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인간의 감시망이 닫지 않는 작업 현장에서 실제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판단을 존중하고 근로자가 작업 중지에 대한 의사를 스스로 밝힐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 지연과 인력 추가 투입 등 협력업체 비용 증가에 대한 보상을 보장해 줌으로써 실제 현장 근로자들이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게끔 신경 썼다.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현장 위험 발굴 어플리케이션 ‘S-TBM’을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앱을 통해 위험 상황을 예측하고 개선 결과도 근로자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교육 등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고 요소를 파악하고 방지하는 예방형 안전관리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계안전성검토 전면 도입, 장비 위험제거장치 개발 등은 이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고위험 작업을 대신한 건설 로봇 현장 도입과 개발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은 엑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 건설용 앵커 로봇, 철골 볼팅 로봇 등이 각종 시공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작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높은 현장에서 시공하는 경우 작업자 추락 등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같은 로봇을 활용하면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로봇 고도화도 전문사와 협력해 지속하고 있다.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작동 모습 (자료=DL이앤씨)

DL이앤씨도 재해를 분석하고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고 예방활동 기법 중 하나인 T.P.O 분석을 활용해 안전사고 빅데이터를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협력업체가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협력회사와 사전에 안전관리 평가항목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협력회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총 평가 결과에 따라 협력회사에 격려금을 제공하게 된다. 협력회사의 안전경영 역량 향상을 위해 안전컨설팅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삼성물산 작업중지권과 마찬가지로 건설 현장 근로자가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끔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이 건설사도 첨단 기술 활용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 기술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돌 방지 센서, 드론, CCTV 등을 활용한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비롯해 건설 중장비 기계 움직임을 감지하는 머신 컨트롤 기술을 도입해 운전자에게 작업량과 작업구간 현황을 안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 유성구 DL대덕연구소 내에 안전체험학교를 개관해 건설현장의 5대 고위험 작업인 고소, 양중(장비 등으로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 굴착, 전기, 화재 작업을 VR(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장비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앞선 두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롯데건설도 협력사가 스스로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끔 문화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파트너사 입찰제도에 안전역량 등급을 반영하는 입찰방식을 도입하는 방식을 통해 현장 안전 문화 확립에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기존 안전역량 등급을 일정 수준 이상 파트너사만 입찰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기준으로 활용했지만 현재는 파트너사의 입찰 금액와 안전역량 등급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파트너사의 안전역량 등급은 신용평가사에서 진행한 것을 토대로 한다. 특히 고난도 공정 중 하나인 건축공사에서 대지를 조성하는 토공사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향후 다른 고난도 공정에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건설 측은 시공분야 우수파트너사에 제공되는 자금지원, 보증서 면제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안전 우수파트너사에도 동일하게 제공해 파트너사의 안전의식과 동기부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역시 첨단기술의 현장 적용을 빼놓지 않고 있다. 본사에 AI시스템을 연계한 통합 영상관제 시스템 ‘안전상황센터’를 개관했다. 전 현장에 설치된 CCTV를 본사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중으로 감지하고 사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 롯데정보통신과 위험성평가 AI시스템을 활용해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도가 높은 현장을 선별하고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회사 측은 안전상황센터는 개관 이후 3개월 만에 총 179건의 재해를 예방했다고 전했다.

주택사업 강자인 대우건설은 중대재해 원년의 해로 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앞선 건설사들에 비해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이 미흡해 보여 눈길을 끈다.

대우건설 측은 협력사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전년보다 3배 이상 확대 시행하고 안전 분야 배점을 높여 협력사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전 분야 배점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밝히지 않았다. 또 CCTV 통합 플랫폼을 도입해 위험 작업 시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이미 다른 건설사들이 CCTV나 드론, AI등을 활용해 현장 안전에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 규모에 비해 안전 체계 조성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대우건설보다 규모가 작은 한화 건설부문 역시 전국 건설현장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실시할 때 현장에 설치된 CCTV와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동해 실시간으로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예방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타워크레인 등에 설치되는 고정형 CCTV에서 더 나아가 이동형 CCTV를 도입하는 등 스마트 안전기술을 활용한 밀착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동형 가스 측정기를 통해 현장별 가스 측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등 가스정보와 경보 알람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안전관리 공백을 최소화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3.3.3 안전 캠페인’ 전개도 눈에 띈다. ‘3초 룰’은 작업 전 위·아래 등 주변 환경을 3초 동안 살펴 사고를 예방하자는 행동 지침이다. ‘3가지 필수 행동’은 고소 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 지정된 통로 이동, 작업 전후 정리정돈을 통해 떨어짐, 맞음, 넘어짐 등 사고를 방지하는 활동이다. ‘3가지 금지 사항’은 안전 시설물 임의 해체, 작업 중 휴대폰 사용, 상하 동시 작업 등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전한 행동의 금지를 의미한다.

조태제 HDC현대산업개발 CSO가 올해 초 광명센트럴아이파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주관했다. (자료=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도 2022년 6월부터 CCTV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고정형과 이동형 CCTV를 고위험 작업 구간에 배치했다. 또 지게차, 굴삭기 등 건설방비에 사람만을 인지하는 지능형 영상 감지 카메라와 360도 어라운드뷰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안전보건교육자료 통합플랫폼을 올해 론칭해 근로자들의 시각 교육을 강화했다. 안전, 보건, 건설장비, 기술안전과 관련된 교육자료와 건설현장 중대재해사례, 교육용 동영상 등 안전보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통합 검색기능을 통해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디지털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총 60여편 이상의 근로자 교육용 동영상을 자체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공사현장을 3D 입체 스캔한 가상학습공간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GS건설은 3D 입체 스캔 기술은 건설 현장 교육에 업계 최초로 도입한 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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