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밸류업② 금융지주 회장들, 종횡무진 글로벌 ‘밸류업 세일즈’

양종희·진옥동 회장 뉴욕서 공동 IR
싱가포르·런던 찍고 뉴욕..해외 투자 유치
주주환원 정책·기업 가치 제고 전략 홍보
세일즈 통했나..외국인 지분율 역대 최고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20 12:06 의견 0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벌써부터 밸류업 수혜 기대감으로 그간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빠지면서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상장기업들의 노력은 제대 평가 받아야 한다. 이에 창간 14주년을 맞은 한국정경신문이 대표적 저PBR주 업종으로 꼽힌 금융주를 중심으로 밸류업 행보를 들춰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글로벌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글로벌 세일즈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소개는 물론 향후 적극적인 주주가체 제고도 약속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뉴욕 투자설명회(IR)에 금융사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범정부에서 추진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알리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자금조달 여건 개선·투자유치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지난해 9월 런던 IR 이후 8개월 만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금융당국과 함께 싱가포르, 런던, 뉴욕에서 공동 투자설명회(IR)에 참여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하나금융그룹)

이번 행사에는 양 회장과 진 회장을 필두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홍원학 삼성생명보험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가 참석해 각 사의 기업 밸류업 경영 전략을 알렸고 이복현 금감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소개하며 힘을 보탰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계 1위 금융 중심지 뉴욕에서 글로벌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 자본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며 “특히 감독당국, 한국거래소, 지자체 및 주요 금융회사의 최고위 경영진이 공동으로 해외 투자자와 직접 소통해 해외진출 및 해외 투자유치‧현지 영업 확대,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투자자 대상 주주환원 전략 홍보

이날 해외투자자와의 대화에서 양 회장은 KB금융이 국내 금융주로서는 처음으로 분기 균등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주주 환원을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기 균등 배당은 연간 배당 총액을 정한 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KB금융은 총액기준 분기균등배당을 도입하고 1분기 주당 현금배당금을 784원으로 정했다.

양 회장은 “분기 균등 배당은 앞으로 수익이 창출된다면 가급적 많은 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펀더멘탈을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는 나오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그룹 포트폴리오는 어느 정도 완성이 돼 수익창출 펀더멘털이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은 6분기 연속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그동안 연평균 약 10% 정도씩 성장해왔음에도 ROE은 떨어지고 주주환원율도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5로 떨어졌다”며 되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무 정책은 ROE 10%를 목표로 하면서 주식 발행량을 줄이겠다며”며 “당분간 현금 배당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 물량을 조절해가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 싱가포르, 런던 찍고 뉴욕..글로벌 시장 종횡무진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대규모 해외 IR을 공동으로 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금융사와 당국이 손을 맞잡은 형국이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 IR에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그해 9월 영국 런던 IR에는 진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동참했다.

아직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가시화되기 전인 당시 IR에서 금융지주 화장은 주주환원 정책 보다는 자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와 디지털 전환 등 향후 성장 전략 알리기에 집중했다.

함 회장은 싱가포르 IR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묻는 해외 투자자 질문에 “금융산업 고성장 지역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은행·비은행 동반 진출을 통한 균형있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관계사별로 선택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를 만나 그룹의 3대 경영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혁신’을 중심으로 빅테크와의 경쟁을 넘어선 협업 패러다임 구축, 이종산업과의 파트너십 및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혁신 금융모델 창출 등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류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런던에서 처음으로 해외투자자들과 만난 임종룡 회장은 “현재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중요한 명제는 기업금융을 어떻게 더 활발하고 유용하게 공급할 것인지다”라며 “편중되지 않은 위험 관리를 토대로 신성장 산업을 진행하고 미리 위험부실을 관리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통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재진출하면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역대 최고

금융지주 회장들의 적극적은 글로벌 세일즈 행보 때문인지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7일 장 마감 후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62.7%로 5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72.0%에서 지난 17일 76.8%로 5%포인트 가까이 늘었고 신한금융은 60.2%에서 61.2%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68.6%에서 70.1%로, 우리금융은 37.9%에서 42.5%로 일제히 외국인 지분율이 올랐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IR에서 강조했듯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 전략이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 이어 올해 1분기에 적극적이고 차별화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들어 어피너티, BNP파리바, EQT(옛 베어링) 등 외국계 자본들이 신한지주 지분을 대량 매도했지만 꾸준한 주주환원 정책 덕분에 외국인 지분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올해 들어 10%가량의 외국인 지분 매도가 이뤄졌지만 전체 외국인 지분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매도 물량이 무난히 소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주주환원 증대와 주가 저평가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며 “올해 1월에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 역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해온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한 증권업 진출로 우리금융 수익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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