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벌써부터 밸류업 수혜 기대감으로 그간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빠지면서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상장기업들의 노력은 제대 평가 받아야 한다. 이에 창간 14주년을 맞은 한국정경신문이 대표적 저PBR주 업종으로 꼽힌 금융주를 중심으로 밸류업 행보를 들춰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국내 주식시장 상장 종목 중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표 종목으로 꼽힌 보험주의 우상향 행보가 가속력을 얻고 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안착이 우선이던 보험권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1분기 실적 선방이란 양 날개가 달리자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배당 기대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시 기준 KRX보험지수는 올해 첫 주식시장 개장일(1월 2일)과 비교해 25.25% 상승한 2047.59를 기록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대표 수혜자로 꼽힌 은행과 금융의 KRX지수 성장률이 각각 23.31%, 23.93%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주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주가 성장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확인 시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주가는 지난 20일 기준 전일 대비 각각 1.28%, 2.08% 상승했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맏형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가도 20일 기준 전일 대비 3.15%, 0.67% 증가했다.
보험주는 1분기 대부분 보험사가 실적 순방에 성공하며 계속 상승할 것으로 평가됐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은 보험업권의 실적발표가 이어진 지난주 국내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삼성KODEX보험상장지수’라고 밝혔다.
보험주의 주가 상승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으나 보험업권은 밸류업이 처음 공개된 당시 프로그램 참여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보험업권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함께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안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IFRS17을 도입하고 올해까지 계도기간을 거치며 보험업계와 함께 시스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보험사가 회계 처리방식을 통일하도록 지시했고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배당 자제와 자본 여력 확충을 주문했다.
보험업권은 IFRS17 안착에 집중해야 하는 점에 동감해 해약환급 준비금을 확대하며 자본 여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주주환원과 배당 확대 요구가 이어졌고 보험업권은 IFRS17의 안정을 위한 자본 마련과 밸류업이란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다루게 됐다.
밸류업 초기 보험업권은 IFRS17을 위한 환급 준비금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배당과 주주환원에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 지난 3~4월 주주총회 시기 주요 보험사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하자 배당 성향도 일제히 낮아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밸류업 관련 추가 인센티브 검토와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하며 보험업권에선 주주환원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모습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보험사가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은 충분한 해약환급금을 확보했다는 판단에 근거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해 당기순이익 7010억원을 달성한 삼성화재는 지난 14일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주주환원 가이드를 제시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적정자본 수준을 220%로 지정하면서 초과분은 주주환원과 자본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상반기 결산 시점쯤 구체적인 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0.4% 늘자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업계는 향후 DB손보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삼성화재와의 주주환원 차이를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자본비율과 과거 주주환원 기록은 삼성화재 대비 열위에 있으나 최소 30% 수준의 주주환원은 무리 없는 상황이다”며 “DB손보의 주주환원 최종 확정안도 상반기 결산 때 공개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도 최근 자사주 매각과 소각을 발표해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면서 "현대해상은 아직 구체적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자본 확보 시 주주환원 확대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악재 속 실적 선방에 성공한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생보사들의 영업이익은 미보고발생손해액(IBNR)제도 변경에 따른 추가 준비금 적립의 영향으로 대부분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지배주주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한 6221억원으로 집계됐으나 건강보험에 주력해 시장 기대치를 15%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영준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업종 내에서 최고 자본비율을 보이고 양호한 신계약 실적과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을 바탕으로 업종 내에서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율이 가장 높다”며 “향후 주주환원 확대와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가능성이 가장 높음에 더해 대주주의 세금 재원 확보 니즈로 향후 주주환원 추가 확대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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