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대표사례 발표에도 자율배상 ‘지지부진’..조정안 불수용 움직임도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대표사례 조정안 결정
고객별 배상비율 산정·협상 과정..“속도 내기 어려워”
“이의제기 절차 개인 고객에 불리..남은 건 소송 뿐”
홍콩 ELS 피해자 모임, 21일 조정안 불수용 기자회견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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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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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금융당국의 배상비율이 나왔지만 정작 은행과 가입자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배상비율을 토대로 가입자에게 자율배상안을 안내하고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가입자들은 예상보다 배상비율이 적다며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 14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주요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홍콩 ELS 대표사례에 대해 30~65%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분조위의 조정안은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한다. 조정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조정안 수용과는 별개로 이번 분조위 결정으로 은행과 고객간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분조위 결정에 따라 공개된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을 명확히 적용할 수 있고 은행으로부터 자율배상을 제시받은 가입자는 은행의 자율배상안이 분쟁조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분조위 결정 이후로도 자율배상 속도에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고객별 배상비율을 산정해 안내하고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자율배상 특성 상 대표사례가 나왔다고 해서 절차가 단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대상자분들한테 일시에 배상비율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만기가 도래해서 손실이 확정된 분들부터 순차적으로 배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은 이번 분조위 결정으로 배상비율을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생긴 만큼 자율배상 과정이 조금 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정적인 대표 사례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데이터가 생겼기 때문에 투자자분들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용이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가입자가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의제기 신청서를 작성해 증빙자료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 등에서 다시 검토해 안내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후에도 자율배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간다.
가입자들은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에 불만이 있어도 협상력이 떨어지는 개인 고객 입장에서 이의 제기 절차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상 은행이 통보한 배상비율에 동의하지 않으면 남은 건 법적 소송 뿐이다.
한 홍콩 ELS 가입자는 “은행이 피해자 주장을 모르쇠하면서 돈 많이 드는 개인소송하든가 식으로 나올 확률이 크다”며 “이의제기 시 판단해줄 중립적 기관이 없어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홍콩 ELS 가입자들은 임의단체를 ‘금융사기예방연대’ 설립하고 은행권에 투자금 100% 반환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현재 온라인 카페와 단체 채팅방을 통해 로펌의 법리적 판단을 받아 소송을 진행할 의사가 있는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현재 약 600명이 집단소송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기예방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금감원이 결정한 자율배상기준안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문은 피해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은행 위주로만 정해진 불공정하고 상식 밖의 기준안”이라며 “은행이 적합성(적정성) 및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부당권유를 했지만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 라는 논리로 가는 매우 불공정한 배상기준안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금소법 13조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쟁조정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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