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는 과거 건설 황금기, 현금부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금리 기조, 원자잿값 상승 등 요인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PF위기로 건설업의 어려움이 은행권까지 확대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증명하듯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의 1분기 성적표를 보면 단 두 군데를 제외하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건설업황 업앤다운 사이클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건설사들의 생존능력도 높아진 모습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4주년을 맞아 국내 건설산업을 책임지는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한 사업전개 현황과 여러번 강조해도 부족한 안전체계,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 기업 내실을 어떻게 다지고 있는 지 등을 ‘그들이 직접 밝힌 것’만을 토대로 세 편의 기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주택정비사업 인기가 최근 시들해졌다. 강남권 주요 정비 사업지에도 건설사들이 보내는 러브콜이 줄어든 모습이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영향으로 마진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이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지를 꾸준히 넓히며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찾으려 하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사업 진출 도모를 통해 수익처 다변화를 꿈꾸는 건설사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전통 먹거리이자 여전히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정비사업지가 주는 사업성과 상징성도 역시나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국내 핵심 지역에 자사 브랜드 아파트를 지어 이미지를 제고하고 향후 이어질 다른 지역 수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기업들은 유찰을 거듭해 단독입찰 분위기가 팽배한 정비시장 분위기 속 상반기 '여의도 한양'과 같이 굵직한 사업지들에서는 피 튀기는 경쟁을 보여준 바 있다. 이와 함께 2분기를 지나 올해 말까지 일찌감치 사업성 검토 후 경쟁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무혈입성을 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지가 대거 포진돼있다.
먼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2분기부터 빛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마수걸이 수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건설사 측 설명이다. 우선 삼성물산은 잠원강변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 참여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사업지에서 삼성물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으로 '부산 광안3구역'도 빼놓을 수 없다. 6월 22일 예정된 총회를 거쳐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압구정 강남, 용산 한남4구역, 남영2구역 등 사업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여의도 한양 재건축 수주를 일찌감치 따내 마수걸이에 성공한 현대건설도 잇달아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먼저 지난 18일 인천 부개5구역 11만7300㎡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이 곳에는 총 2013세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인천 지역 최대 재개발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와 함께 수주한 이 사업지에서의 현대건설 지분은 70%다. 총 7340억원 중 5140억원 가량에 달한다.
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전 도마변동16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최종 시공사가 되기 위해 끝까지 집중할 계획이다. 이달 25일 시공사 총회가 개최된다. 이 사업을 통해 지하 4층부터 지상38층까지 공동주택 2030세대가 들어선다.
곧바로 다음달 1일에는 올해 공시 기준 금액 7412억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지난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만이 단독으로 참여한 상태다. 이 단지 역시 송파동 지역에 1531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대규모 정비사업지로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곳 중 하나다.
삼성물산과 현대물산의 경우 해외 사업지에서의 성과로 이미 1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지난 동기 대비 21.4% 증가한 5조5840억원, 영업이익은 15.4% 증가한 337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매출액은 지난 동기 대비 매출은 41.7% 오른 8조5450억원, 영업이익은 2509억원으로 44.6% 올랐다.
최근 최장 2개월 리프레시 유급휴직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던 대우건설은 오는 7월 신반포16차, 개포주공5단지, 부산 다대3구역 입성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재개발·재건축 실적이 없는 대우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주에 공 들이고 있다. 먼저 신반포16차는 대우건설이 재건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이 곳은 한강변 조망 단지로 올림픽대로와 맞닿아있어 주목받고 있다.
개포주공5단지는 총 공사비가 7000억원이 넘는 곳으로 올해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이 곳 역시 대우건설의 단독입찰이 유력한 상황이다. 오는 2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현재 940가구인 해당 단지는 총 1279가구로 탈바꿈한다.
지방에서는 692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부산 다대3구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곳에는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SK에코플랜트, DL건설, 한양 등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관심을 표햇다.
이 외에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인 GS건설과 DL이앤씨도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영업 기밀상 주력 사업지나 입찰 여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다만 GS건설은 앞서 부산 민락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올해 정비 사업 부문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 지역 재개발 사업지에는 952가구가 들어선다. DL이앤씨의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상태다. 이 사업은 3817억원 규모로 825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을 굳건히 사수하고 있는 롯데건설도 신반포12차에 자사 랜드마크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35층 총 432가구 규모로 다른 곳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강남권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신반포12차는 2차 현장설명회 이후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구체적인 것은 밝히기 어렵지만 천안과 함께 안양과 수원 등 수도권과 잠실, 방화 등 서울을 포함해 약 1만여 가구 공급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특히 서울 노원구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반기 착공과 분양이 예정된 4조5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한 건설사들이 업황 악화로 특히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한 순간에 사업을 줄일 수도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공격수주가 아닌 선별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향후 경기 회복 후 있을 다른 사업지 시공사 선정을 위해 토대를 다지는 시기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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