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영구채 상환..몸값 천정부지’ HMM, 시총11조 품을 회사 있나?

24일 1000억원 규모 영구채 상환
채권단 지분율 늘어 몸값 부담 우려
홍해 이슈 속 영업익↑..하반기도 맑음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21 10:37 의견 1
HMM이 오는 24일 1000억원 규모의 30년만기 영구채를 채권단에 상환한다. 사진은 김경배 HMM 대표이사. (자료=HMM)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HMM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호실적 행진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눈덩이 이자를 막기 위해 영구채도 중도 상환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가득하다. 몸값이 올라가면서 향후 재매각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24일 1000억원 규모의 30년만기(영구채) 채권을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HMM은 2019년 5월 이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채권은 발행 5년이 넘어가면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현재 연 3%인 금리는 발행 6년차부터 연 6%로 높아진다.

HMM은 이자를 내면서 빚을 질 필요가 없단 입장이다. 작년 말 기준 HM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2498억원에 달한다. 기타유동금융자산 8조5070억원을 더하면 12조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셈이다.

이에 대해 HMM 관계자는 “영구채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자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현금성자산이 충분한 상황에선 중도 상환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걱정거리는 매각을 앞두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상환하기 때문에 채권단의 HMM 지분율이 계속 늘어난단 점이다. 이번 중도상환으로 채권단의 합산 지분율은 57.9%에서 59.1%로 1.2%포인트 올랐다. 내년 3월까지 남아 있는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받으면 지분이 72%까지 불어난다. 채권단의 보유 지분이 늘어날수록 매각가가 뛰기 때문에 향후 재매각시 인수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월 HMM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과 매각이 무산된 이유도 영구채 상환을 유예해달란 요청을 채권단이 수용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HMM 재매각 작업이 당분간 지지부진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올해 3월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가 오면 재매각 계획을 충분히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HMM 컨테이너선. (자료=HMM)

■ 시총 11조원대, 영업익 33% 급증..“감당할 국내 기업 적어” 우려도

HMM의 몸값은 날로 뛸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시가총액은 이달 17일 기준 11조1487억원으로 코스피 35위다. 앞서 불발된 매각 과정에서 몸값이 시총 기준으로 6조~7조원으로 평가된 것과 대조된다.

호실적 행진도 기업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자 인수 부담을 높이는 대목이다. HMM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0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 급증했다.

작년 12월부터 홍해 이슈로 운임지수가 오르고 수익성 위주로 영업력을 강화한 영향이다. 영업이익률도 17.5%로 글로벌 선사 중 톱클래스 수준이다. 하반기도 홍해 병목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지정학적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홍해사태를 비롯한 지정학적 이슈로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며 “2분기도 1분기를 상회하는 영업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매각 결렬 이후 홀로서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 속에도 사업 투자를 늘리고 경영안정화 작업에 나서면서 이전보다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에 HMM 시총(11조원대)을 능가하는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이 적고 현대차나 포스코 등 한 때 인수 후보였던 기업들도 참여 의지가 불투명해 채권단이 기대하는 빠른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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