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후 화재 '아이오닉5'..현대·기아 전용플랫폼 안전성 논란 확산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6.15 06:00 의견 0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전소된 아이오닉5.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첫 아이오닉5 화재 사망자가 발생하자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이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밤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아 탑승자와 동승자 2명이 모두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빠르게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아 차량의 파손 정도도 상당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차량에 불이 났고 전기차의 배터리 특성상 화마는 매우 빠르게 차량 전체를 뒤덮었다.

해당 사고의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이오닉5에 탑재된 배터리는 SK온의 배터리지만 여느 배터리 폭발사고와 달리 정차·주차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차량이 빠르게 충돌해 불이난 만큼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람들이 이 사고로 우려하는 부분은 "과연 전기차가 안전한가" 하는 점이다. 비록 고속으로 부딪혔지만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셀에 불이 붙었고, 차량이 불길에 휩싸이기까지의 시간이 워낙 짧아 탑승자를 구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이번 사고는 차량 충돌 직후 몇 초만에 불길이 번졌다. 베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불이 번지면 완전히 전소될 때까지 쉽게 꺼지지 않는다. 불이 난 아이오닉5도 차량 주변에 가벽을 치고 물을 부어 배터리가 물에 잠기도록 했지만 완전 진화되기까지 7시간이 걸렸다. 내연기관 차량과 화재진압 난이도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번 화재사건으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현대자동차가 순수전기차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고 처음 적용한 차량이 아이오닉5이기 때문이다.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형제 차량으로 기아의 EV6가 있고 곧 출시될 아이오닉6, EV7 등도 같은 플랫폼이 적용돼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와 같은 강력한 충돌사건이 발생하면 차량이 빠르게 전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전면부에 연료통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엔진룸 주변부터 시작해 서서히 연소가 이뤄지므로 주변에서 차량 탑승자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 실제 지난 BMW 화재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탑승자가 화재로 죽는 사건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전기차는 거대한 폭탄을 지닌 위험물로 탈바꿈한다.

전기차는 충돌로 인해 하부의 배터리 셀이 손상되면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하게 발생한다. 불이 붙으면 주변에서 탑승자를 구조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든 전기차의 단점이다.

현대자동차도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 관계자는 이번 화재사건과 관련해 "고전압을 사용하는 전기차의 특성이다. 앞으로 안전을 강화하는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 차량도 추돌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기아의 EV6와 조만간 출시될 아이오닉6, EV7 등도 사고 시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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