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큰 맘 먹고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한 포스코그룹이 하루가 머다하고 시민단체·노조와 갈등탑을 쌓는다.
이달에만 산재사고가 두 건 발생하면서 최정우 회장을 향한 노조의 지적이 거세지는 데다, 때 아닌 '그룹 정체성 논란'으로 시민단체의 반발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까지 들려오면서 이달은 포스코의 우울한 '블랙 4월'로 기억될 전망이다.
■포스코 "국민기업 아냐" VS 포항시민 "뿌리 부정하는 최 회장 퇴진운동 추진"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이메일을 통해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탈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전 직원에 발송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 포항 시민들의 강한 반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이메일에서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며 "포스코 애칭은 '국민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포항 시민들은 "국민 희생으로 성장해 온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국민기업' 타이틀을 내던진다는 건 최 회장의 독재를 위한 작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도 있다.
지난 13일에는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포스코는 시종일관 민족기업이고 국민기업이고 포스코에는 국민기업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피력했다.
또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포스코의 뿌리를 부정하고 있다"며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집행부 회의를 통해서 퇴진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최 회장의 화형식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도 더했다.
이렇듯 그룹 정체성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열흘 가까이 별다른 회유책이나 추가 설명이 없어 시민들의 답답함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앞선 이메일은)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인식전환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달 '산재 사고' 두 건..노조 "최 회장이 중대재해 문제의 핵심" 반발 고조
포스코의 잇단 산재 사고로 최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강도를 더해간다. 이달 초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더해 포항제철소에서도 같은 시기 산재 사고가 난 것이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시55분경 광양제철소 합성천연가스 설비 철거현장에서 건설업체 노동자가 케이블 하역작업 중 7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외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같은 날 11시15분경에는 광양제철소 코크스공장에서 중장비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추돌해 왼쪽 팔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1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자고 말만 하는 최 회장이 중대재해 문제의 핵심"이라며 최 회장의 처벌을 촉구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3제강공장에서 일하던 협력사 직원이 설비에 빨려 들어가 열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포스코와 관련된 산재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관련 당국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반복적인 근로자 사고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적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지속적인 산재 사고를 이유로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같은 이유로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며 포스코홀딩스의 ESG 통합등급을 지난해 A+에서 올해 A로 내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매년 안전 계획을 이사회를 통해 보고하며 사업계획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고 계속해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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