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美 파운드리 투자 경쟁..삼성전자·TSMC 눈치싸움 치열

삼성 15일(현지) 텍사스주서 추가 투자 계획 발표 예상
TSMC 66억달러 보조금 지원 확정..삼성 60억 달러 추정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4.09 10:06 의견 0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격전지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TSMC 간 투자 기싸움이 치열하다. 천문학적인 반도체 보조금이 걸린 만큼 양사 모두 미국 현지 추가 투자에 열을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당초 예상치를 훌쩍 넘는 수준의 반도체 보조금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한 이래 인텔(총 19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자 미국 사상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 상무부가 8일(현지시간)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금액은 당초 예상됐던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외에도 상무부는 TSMC에 50억달러(6조8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도 제공하기로 해 총 지원 규모는 116억달러에 달한다.

반도체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제정한 반도체 지원법으로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1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통해 반도체 선두 기업의 생산 시설을 미국 현지로 유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TSMC는 이에 화답해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액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TSMC는 250억달러(33조9000억원)를 추가해 650억달러(88조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미국 현지 반도체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TSMC는 현재 40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팹 두 곳을 건설 중이다. 2021년 첫 번째 팹을 착공했고, 지난해 두 번째 팹 건설에 착수했다.

TSMC는 이날 보도를 통해 “첫 번째 팹은 2025년 상반기에 4나노 기술을 활용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앞서 발표한 3나노 기술에 더해 차세대 나노시트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세계 최첨단 2나노 공정 기술로 생산하는 두 번째 팹은 2028년 조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팹은 2나노 혹은 더 진보된 공정으로 2020년대 말부터 칩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지난달 20일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 등 역대 최대 금액인 총 195억달러(26조4000억원)를 확보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모습 (자료=경계현 사장 SNS 캡처)

■ 엎치락 뒤치락 삼성· TSMC 투자금 경쟁 심화

삼성전자도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대한 반도체 투자를 기존 170억달러(약 23조원)에서 440억달러(약 59조5000억원)로 확대한다. WSJ는 삼성전자가 오는 15일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가 투자금액을 400억달러에서 650달러로 끌어올린 데에는 상향된 미국 반도체 지원금 영향이 크지만 삼성전자 투자금을 의식한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삼성전자 추가 투자 규모를 감안해 보조금을 확정하는 안을 협의 중”이라고 추정하며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도 보조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5일 미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테일러 공장 외 추가 투자 논의와 함께 보조금 60억달러(8조2000억원)를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종 발표를 앞두고 미국 상무부와 삼성전자 간 실무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사장은 지난달 25일 테일러 공장에 들러 관련 사안을 점검하고 28일 워싱턴에서 미국 상무부와의 보조금 관련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반도체 보조금은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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