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중동 불안 고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중국발 공급 과잉 장기화, 불투명한 시황 등 여러 악재 속 실적 악화일로에 놓였다. 차세대 꿈의 소재로 떠오른 탄소나노튜브(CNT)를 반전 카드로 삼고 반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영업익 3589억원과 매출액 6조3223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각각 68.7%, 20.7% 줄었다.
올 상반기도 수요 위축과 중동 정세 악화로 부진한 성적을 예고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금호석유화학이 1분기 영업익 657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5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 전운이 고조되는 점도 실적 개선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 내 리스크가 확대되면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다. 유가 등락에 민감한 석유화학업종은 수요 부진 시기에 원가 부담까지 안게 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 지정학 리스크로 지난해부터 수익성 하락 우려가 업계 전반에 번졌다”며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이번 중동 악재가 당장 실적에 가시적인 타격을 입힐 진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 낮은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탄탄..고부가 소재 CNT 투자 속도
금호석유화학은 중동 리스크 우려와 불황 장기화 속에도 탄탄한 재무 체력을 유지해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은 각각 작년 말 기준 37.1%, 14.2%로 양호한 상태다. 유동자금으로 분류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도 9893억원이다. 이익잉여금도 이 기간 5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내외적 변수에 대응할 재무기반이 탄탄하단 평가다.
더욱이 향후 3년간 자사주 50%(공시 당시 1290억원 규모)를 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위기 속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속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고부가 스페셜티와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스페셜티 소재로 CNT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CNT는 배터리의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 쓰인다. 기존 소재보다 높은 전도를 구현하고 배터리 수명과 용량을 늘리는 핵심 배터리 소재다.
증권가에선 전기차 배터리 성능 개선에 적합한 CNT를 택하는 배터리 셀 고객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CNT 수요도 지난 2022년 1만4000톤에서 오는 2030년 9만5000톤으로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시장 성장세에 맞춰 CNT 생산능력 강화에 한창이다.
우선 전남 여수 율촌 산단에 연산 360톤 규모의 생산 플랜트를 증설해 생산능력(기존 120톤)을 3배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가동이 목표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합작사를 세워 CNT 소재 관련 사업협력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율촌 산단에 최대 5000톤까지 CNT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음극 도전재로 활용할 수 있는 CNT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화학 산업 약세에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양호한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최악의 업황에서 화학 업체 중 가장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오는 2026년까지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를 늘려 고성장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이라며 “친환경 모빌리티 추세에 대응해 CNT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제품 다변화와 품질 향상에 노력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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