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상가 관리비 인상 꼼수까지 시장에서 줄어들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관리비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표준 계약서 양식에 관리비 항목을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에 임대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5% 넘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증금보다 관리비를 올려 이를 보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법무부는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 양식을 바꿨다. 앞으로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 양식이 사용될 때 관리비 항목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계약서는 권장서식이다.
■관리비, 무엇이 문제였나
관리비 문제는 상가와 빌라 등 부동산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고민거리였다. 지난 2020년 7월 부동산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관리비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의 존재 때문이었다.
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1년에 전세 보증금과 월세액을 5% 초과 증액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지만 이 제도를 비켜가기 위해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관리비를 더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해왔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통해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을 기존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 공동주택으로 강화했다.
이에 네이버·직방 등 부동산 광고 플랫폼 상에서도 관리비 세부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바뀌었다. 또 50세대 미만 소규모 주택도 10만원 이상 관리비가 발생할 때는 세부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바뀌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으로 관리비가 10만원 이상 정액으로 부과되는 경우관리비 항목별로 세부 내역을 입력하고 광고하도록 ‘중개대상물 표시 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을 개정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빌라와 같이 주거용 부동산이 주대상이었기 때문에 비주거용인 상가는 관리비 제약에 있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국토부와 법무부가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서 양식을 손보면서 상가 임차인의 관리비 부담에도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가 임대차 표준계약서 상 건물 소재지, 보증금과 차임, 임대차 기간, 대항력과 확정일자, 계약갱신요구권, 특약 등 내용은 들어갔지만 관리비 항목이 있진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사실 임대료 5% 이상 올리지 않아도 임대인이 관리비를 손대면 임대료 인상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전월세상한제 의미를 그동안 못 느껴왔다”며 “이번에 양식이 개정되면서 현장에서 실 월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그동안에는 관리비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임대인이 임차인이 확인하기 어려운 관리비 항목의 금액을 올려서 청구하면 실질적으로 보증금 인상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서 양식 변화에 따라 상가 임대차계약 체결 시 월 10만원 이상 정액 관리비의 주요 비목별 부과 내역을 세분화해 표시하기 때문에 임대인의 꼼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효과 미미할 수도, 계도적 성격에 의의”
다만 상가 계약서 상 관리비를 명시하도록 바뀐 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계약서보다 확인설명서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바뀐 제도로 인해 상가나 빌라 임대차 계약 시 확인설명서에 관리비 항목을 이미 명시하도록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부동산 임대차 단속을 나올 때 계약서가 아닌 확인설명서를 더 유의깊게 본다”고 언급했다. 임대차계약서보다는 보통 확인설명서에서 부실한 정황이 발견되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주택 표준임대차계약서는 법적 의무서식이어서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와 반대로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는 권장서식이기 때문에 이번에 관리비 항목이 추가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부실하게 작성돼도 과태료 부과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상가 임대차 표준계약서 서식 변동은 계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이를 알게 된 상가 임차인들이 권장서식이긴 해도 상가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쓰기를 원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계약 시 관리비 세부 내역 파악이 쉽기 때문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권장서식이 널리 쓰이면서 관리비 인상 꼼수도 저절로 줄어드는 넛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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