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경기도 시흥의 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교량 상판 붕괴사고에 부상을 당했던 노동자 1명이 지난 3일 사망했다. 이 도로 공사의 시공사였던 SK에코플랜트는 이 사고에 대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발생한 ‘시흥 교량 구조물 붕괴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던 50대 노동자가 끝내 숨졌다.
이 노동자는 사고 당시 8m 아래로 추락해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천 길병원 외상센터에 이송돼 치료받아왔다. 당시 근로자 5명과 시민 1명도 구조물 파편 등에 의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교량의 거더(상판 아래에 설치하는 보의 일종)를 설치하다가 거더가 잇달아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현재 경찰은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거더가 파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 SK에코플랜트를 향한 조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가 사망함에 따라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공식적인 사고원인이 발표되지 않았고 아직 합동조사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과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 시기상조”라며 “중대재해처벌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 SK에코플랜트 연관 사망사고 처음 아냐
이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6월에도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이던 SK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굴삭기를 이용해 조경석 공사를 하던 도중 아래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22년 5월에도 SK에코플랜트와 디엘건설, 쌍용건설 공동 시공사인 GTX A노선 민간투자사업 제3공구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다쳐 병원을 이송됐으나 끝내 숨진 바 있다.
이번에도 아직 자세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진 않은 상태지만 만일 SK에코플랜트의 과실로 드러나면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 주목하는 기업 상장 시기도 더 지연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전신이던 SK건설 당시 라오스댐 붕괴 사고를 겪으면서 장외시장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기업공개(IPO) 계획이 좌절된 바 있다. 2017년 7월 라오스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댐 붕괴사고 원인에 대한 공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당시 SK건설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다. 당시 이 사고로 약 71명이 숨지고 약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회사는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한 후 친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SK테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기업 SK오션플랜트 등 기업 인수와 지분 확보를 위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 SK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장동현 부회장을 SK에코플랜트 신규 대표로 선임하면서 상장 준비를 위해 초석을 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상장계획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상장예비심사 청구시기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고금리 기조, 또 이번 시흥 교량 붕괴 사고 관련 조사 결과 회사 측 과실이 인정된다면 상장예비심사 청구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보통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면 IPO 목적인 자금조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상장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상장 준비는 하지않고 있다”며 “일각에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추측하는 시각이 강하지만 아직 상장예비심사 청구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 SK에코플랜트 재무상황 살펴보니
현재 회사의 재무건전성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어 이같은 이슈까지 더해지면 기업가치가 단기적으로 훼손될 염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336억4600만원 가량으로 적자전환했다. 2022년에는 6380억원 가량 흑자였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약 236%다. 유동부채는 2021년 4조원대에서 2023년 말 기준 약 6조8000억원 가량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NH농협은행 등으로부터 최고 이자율 7.5%로 자금을 끌어 쓰면서 2021년 약 5963억원에서 약 1조2100억원까지 늘었다. 보통 재무적 관점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위험으로 분류하고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다만 회사 부채비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말 약 573%에서 2022년말 약 256%까지 감소했다.
당장 다가오는 회사채 만기도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 오는 7월 공모채 2000억원(이자율 2.61%) 만기가 다가온다. 또 오는 8월 공모채 680억원(이자율 5.86%), 9월 사모채 360억원(이자율 5.8%)이 줄지어 있다.
또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채 500억원(이자율 4.41%) 상환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고금리 기조이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당시보다 금리 수준이 높아진 만큼 차환 발행할 경우 회사 부담은 더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져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을 때 회사채 차환도 이전보다는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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