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 통했나..국감 앞 등떠밀린 금감원, DLF 판결 항소 유력
“아직 항소 여부 미정..17일 오전 공식 발표 예정”
정치권 “항소 포기는 금융당국 존재이유 부정” 압박
국감 단골소재 DLF..항소 포기 시 정치권 집중포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9.16 10:48 | 최종 수정 2021.09.16 11:3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해외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를 결정한 행정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금명간 발표한다.
당초 항소 포기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지만 내달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박이 시작되면서 항소 결정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오는 17일까지 DLF 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낸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판결문을 정식으로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17일 오전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장을 겸했던 손 회장을 상대로 DLF 사태에서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이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징계 취소 결정을 내렸다.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재판부가 금감원이 제재 사유로 제시한 5가지 이유 중 1건만 인정하면서 제재 정당성을 상당부분 잃었기 때문이다.
DLF 중징계가 전임인 윤석헌 원장 시절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도 항소 포기에 힘을 싣는 요인이었다. 관료 출신인 정은보 신임 원장은 취임식에서부터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져왔다. DLF와 라임펀드 등 일련의 사태로 경직된 당국과 금융사 관계를 유화하기 위해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용우 오기형 의원 등 12명은 지난 14일 금감원의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우 의원 등은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어제는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기사도 보도됐다”며 “머뭇거릴 이유가 없고 금감원은 빠른 시일 내에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며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경실련·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도 앞서 항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내놨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은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의무를 부당하게 축소 해석함으로써 준법감시 제도 자체를 실질적으로 형해화하고 금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금감원은 즉시 항소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준법경영 관행의 정착을 도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피해를 일으킨 DLF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큰 만큼 항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DLF는 국정감사에서 단골소재였다. DLF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관련자들이 국감장에 불려갔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DLF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용우 의원의 지적에 “공모규제 위반소지가 있으므로 우리은행 등 판매사를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최고경영자(CEO) 중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만큼 DLF 사태가 또 한 번 국감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하게 되면 정치권의 집중포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항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LF 판결이 향후 금융사 제재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금감원도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