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징계 논란 재점화..칼자루 쥔 고승범 위원장, 어느 편 설까
6개 금융협회, 당국의 제재 아닌 자율적 내부통제 권한 요구
시민단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더 적극적 감독해야”
고승범-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또 시장 친화 메시지 나올까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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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11:54 | 최종 수정 2021.09.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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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판결로 금융당국의 징계 정당성이 흔들린 틈을 타 금융권이 제재 자율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DLF사태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불거졌던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DLF판결 이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장은 지난 6일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금융사 이사회의 내부통제에 대한 역할을 강화할테니 자율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 관련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재판부는 DLF 판결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금융사의 행태를 질타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DLF 승소 판결을 기회로 금융권이 당국의 제재가 아닌 금융사 자율적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이 DLF 판결 항소도 망설이는 사이 금융권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섰다. 금융정의연대·주빌리은행·참여연대·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전날 논평을 통해 “사모펀드 사기·불완전 판매를 방지할 책임이 있던 금융기관들이 이제와서 자체적인 내부통제 방안은 마련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라며 깍아내렸다.
이들은 금융협회의 내부통제 발전방안은 사실상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본인들의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것이 주된 골자라고 봤다.
특히 이사회에 제재 권한을 부여해 내부통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봤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사회에 명목상 권한을 부여한들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의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5대금융지주회사 이사회는 총 209회 개최됐고 559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중 이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해 부결되거나 조건부/수정 의결된 안건은 7건에 불과했다. 이사회 내 구성된 위험관리위원회는 원안 가결률이 100%에 이른다.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다.
이들 시만단체는 “판매실적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에게 금융소비자 보호 책임 관련 전권을 맡겨선 안 된다”며 “금융당국과 국회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고 더 적극적인 금융감독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한국YMCA전군연맹 등 시민단체는 앞서 공동성명을 통해 DLF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의무를 부당하게 축소 해석함으로써 준법감시 제도 자체를 실질적으로 형해화하고 금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준법경영 관행의 정착을 위해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DLF 판결 직후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밝혔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항소 여부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와 잘 협조해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17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업계는 금융사 제재 최종 결정권을 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오는 10일 5대 금융지주회장들과 첫 간담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 안건은 가계대출 규제 대책과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만기 연장 등이 될 전망이지만 금융권이 내부통제방안을 공동으로 제시한 만큼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 DLF 소송과 관련된 질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위·금감원이 금융권 및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소통해 금융분야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발휘되도록 하자”면서 “그 과정에서 법상 규정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쏟자”고 제안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업계와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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