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 6일 코스피에 입성한 카카오뱅크가 첫날 시초가 대비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등했다. 9일 장 마감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을 기록해 코스피 시총 톱10 안에 이름을 넣었다. 단번에 금융 대장주인 KB금융(21조7052억원)과 신한지주(20조182억원), 하나금융지주(12조9855억원), 우리금융지주(7조981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흔히 주가는 실적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카카오뱅크의 약진은 이 논리도 뛰어넘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6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KB금융과 신한지주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계열사의 시너지와 잠재력이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듯 보인다.
카카오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아 상장이 연기된 카카오페이도 10월 초부터 상장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의 2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65%나 성장해 24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 역시 상장 후 상당히 높은 시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카카오페이는 이미 손해보험업 예비허가를 받고 본허가 취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서 내년 분사를 앞두고 있다. '돈 되는' 분야에 금융계열사를 모두 지니게 되는 것이다.
■ 무너진 '금산분리' 원칙..카카오가 카뱅 지분 27% 소유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은행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금산분리(金産分離)' 원칙이 깨졌다는 점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경우 기업집단의 관련 계열사가 부실해져도 계열 금융회사가 부실 계열기업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정부는 비 금융기업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왔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특례법인 '인터넷 전문은행법'을 적용받아 이를 우회해 카카오라는 산업자본이 카카오뱅크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를 소유하고 있다.
■ 모빌리티 시장 장악 후 요금 인상..택시 호출비·바이크 이용료 인상
카카오의 지배력은 금융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라 있다.
또 지난 5월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와 카카오M(영화·드라마 제작 및 매니지먼트)이 합병해 출범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멜론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합병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합병되기 전 카카오M은 지난해 기준 국내 음원의 37.5%를 유통한 음원 시장의 강자다.
카카오모빌리티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수단'이라는 범위 안에서 연계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미 택시, 내비게이션, 배달, 공유자전거, 대리운전 기능을 보유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떠오른 카카오모빌리티는 현대캐피탈로부터 차량공유 업체 '딜카'를 인수하며 모빌리티 전 분야를 아우르게 됐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후 카카오T로 택시 호출 시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의 요금을 기존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에서 '0원∼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호출 비용이 최저 0원부터 시작되지만 심야 등 특정 시간대에 택시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사실항 택시 호출료가 인상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단거리의 경우 2km 이내 기본요금이 3800원인데 떄에 따라서는 호출비가 5000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는 9월 6일 자정부터 카카오T 바이크 이용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본요금인 1500원을 지불하면 15분간 이용할 수 있고, 이후 1분당 100원이 추가되는 방식이었으나 바뀐 요금제에 따르면 1분당 150원(성남 일부와 하남 지역) 또는 140원(안산, 대구, 부산, 광주, 대전)씩 계산된다. 8분 이하로 이용할 경우에는 요금 인상이 없거나 간혹 저렴할 수도 있지만 8분 이하 탑승을 하는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요금 인상인 셈이다.
■ 스타트업 영역까지 세를 넓힌 카카오
이처럼 카카오의 시장 지배력이 전 범위로 확산되자 업계에서는 불편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네이버에 대해 닫혀 있던 규제 빗장이 카카오에서 열린 것 아닌가 한다. 오히려 대기업인 카카오가 스타트업의 영역까지 세를 확장하면서 '카카오 천하'가 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카카오가 포털(다음), 부동산(다음 부동산), 온라인 쇼핑(카카오메이커스, 카카오톡 쇼핑하기), 모바일 기프티콘(카카오톡 선물하기), 이미용(카카오헤어샵), 미디어플레이어(팟플레이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카카오 계정 하나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스타트업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 카카오 생태계, 전국민 데이터 보유
카카오의 계열사 확장의 정점에는 카카오가 있고 카카오톡이 있다. 특히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리며 카카오 생태계 확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모바일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을 더 많이 사용한다. 심지어 많은 기업들과 공무원들도 카카오톡을 사용해 업무 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공유하곤 한다. 수많은 정부기관들도 카카오톡으로 알람·고지를 한다. 사실상 공공 서비스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카카오톡이지만 1년에 한두 번씩 메시지 전송이 안 되거나 이미지 전송이 안 되는 등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전국민이 사용하고(메시지 시장 점유율 97%) 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위해 활용하는 메시지 플랫폼이지만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나아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비스 '카카오 i 클라우드'를, 그리고 카카오홈은 가정 내 IoT 플랫폼으로 다양한 가전제품들과 연결해 조명, 난방, 에어컨 등을 제어한다. 또 카카오의 음성인식 AI 서비스 헤이카카오는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 수 있다.
■ 김범수 의장, 계열사 잇단 상장으로 국내 최고 부자 등극
메신저로 시작해 고속성장을 거듭한 카카오는 현재 계열사가 70개가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유안타증권의 이창영 연구원은 9일 발행한 리포트에서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66조4734억원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조사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의 순자산은 134억달러(약 15조4000억원)로 발표됐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약 13조900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국내 최고 부자로 선정됐다. 김 의장은 카카오 계열사의 잇단 상장과 주가 성장에 힘입어 올해에만 재산이 7조원 가까이 불었다.
서비스를 추가하고 분사, 상장을 반복하며 몸집을 키운 카카오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IT 회사가 됐다. 하지만 과도하게 시장을 독점하고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며 성장한 결과여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카카오 생태계가 편리함을 줬지만 가격이 비싸진 편리함이라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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