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변호사] 동일 당사자 간 임대차계약서를 복수로 작성한 경우, 갱신청구권 기산 시점

이수희 변호사 승인 2021.07.27 09:39 의견 0
법무법인 센트로 이수희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이수희 변호사] 상가 임대차 계약의 경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상가 임차인들은 영업 설비 등 투자한 비용이 많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 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상가임대차는 최초 계약서와 달리 최장 10년까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

갱신된 임대차 계약의 경우 종전의 계약과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5% 한도 내에서만 보증금 또는 차임 증가가 가능하며(증액 후 1년 내에는 증액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증금 또는 차임의 감액도 가능하다.

상가임대차계약의 경우 최장 10년의 갱신청구권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게 될 때에는 종전의 계약 내용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최초의 계약서에 10년간 구속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변경된 경제 상황이나 기타 제반 상황이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은 상호 합의하에 임대차계약을 유지하면서 계약서만 새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임차인이 행사할 수 있는 10년의 갱신청구권에 종전의 계약기간이 포함되는지, 계약서를 새로 작성한 때부터 10년의 갱신청구권이 새로이 기산되는지가 문제된다.

임대인의 경우 “쌍방이 종전의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목적으로 계약서만 다시 쓴 것이므로, 종전 임대차계약 기간을 포함하여 최대 10년 동안 갱신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려고 하였는데, 임대인이 5% 넘게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므로 새로운 계약에 따른 임차시점부터 10년의 갱신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즉 임대인의 주장에 따르면 새로운 계약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최초 임차시점을 기준으로 10년이 도과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는 반면, 임차인의 주장에 따르면 새로운 계약서 작성으로 종전 계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것이므로 새로운 계약서를 기준으로 그때부터 10년 갱신을 청구할 수 있어 영업시설의 장기적 유지가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위 문제는 재판상으로도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인데,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이 순차적으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작성된 임대차계약의 해석에 관해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 대법원 판시의 취지는 각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 상호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한 판시이므로, 일반적으로 계약서에 일반적으로 명시되는 사항이 아닌 갱신청구권에 곧 바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임대차계약이 계속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내용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양 당사자가 종전 계약의 내용을 파기 또는 변경하기로 합의한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당시의 양 당사자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로 보이는 바, 새로운 계약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그 당시 존재하였던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사안이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방이 계약 유지를 목적으로 종전 임대차계약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계약서만 새로 작성한 것이고 종전계약의 갱신과 동일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면, 비록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종전 계약서의 효력이 부인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므로 종전 계약에 따른 임차시점부터 10년의 갱신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사안과 같이 임대인의 요청에 의하여 상가임대차법상 계약 갱신 시 변경할 수 없는 사항(임대료 등)을 변경할 목적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기존 계약과 무관하게 작성된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도 계약 갱신 기간 10년에 종전 계약의 임차기간이 포함되게 된다면 임차인에게만 현저한 불이익을 야기하는 것인 바, 새로운 계약에서 정하는 임차시점부터 새로이 10년의 갱신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계약 해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므로, 계약서 작성 시 계약의 목적·동기·취지·변경되는 내용 등이 명확히 기재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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