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분야 세계 1위 TSMC를 추격하기 바쁜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력, 미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인텔의 급부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던 삼성전자로서는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TSMC, 美공장 6곳 건설 계획..인텔, 양강 체제에 도전장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7% 점유율로 55%를 점유하고 있는 TSMC에 크게 뒤처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투자,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5나노 파운드리 팹 착공에 일찌감치 나선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에도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글로벌 영토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진출을 전격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한번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었다. 30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협상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인텔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조기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텔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유럽을 방문해 2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후발주자의 거센 도전에 먼저 직면하게 됐다.
■美 증설투자 계획 결론 못내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미국에 건설할 제2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말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조만간 현지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후보지 선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초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 팹 유휴 부지에 신규 팹이 증설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으나 최근 오스틴 지역과 약 60㎞ 떨어진 테일러시도 새로운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 시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현지 당국은 삼성전자의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과세가액을 10년간 8000만 달러(약 911억원)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2029년 시장가액이 43억5000만 달러(약 4조95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과세가액에 상한을 두면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신중한 행보가 평택3공장(P3) 구축과도 연계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3가 조기에 안정적으로 가동될 경우 미국 공장 투자 지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관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P3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 장(300K)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반도체 공장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P3 공장이 2023년 상반기에 가동될 예정인 만큼 미국 파운드리 투자가 늦어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총수 부재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전략적 결단이 아쉬운 부분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