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관리에 편중된 은행권 특화점포..“영업점 가치 제고 노력 미흡”

우리은행, 기존 영업점 자산관리 특화 전환..TCE·TCP도 확대
“대면 거래 감소 속 PB 상담 수요는 여전..점포 감소와는 무관”
“시중은행, 영업점의 물리적 공간으로서 가치 제고 노력 필요”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7.13 11:3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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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디지로그 목동PWM 솔루션 상담실의 모습 [자료=신한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대면 거래 감소를 이유로 영업점은 줄이면서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점포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 은행권 미래형 특화 점포가 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커(PB) 기능에 집중되면서 일반 고객과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기존 아시아선수촌 지점과 압구정현대지점을 자산관리 특화영업점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일반고객들의 계좌 관리지점을 인근 잠실본동지점과 압구정역지점으로 옮겼다. 자산관리 특화영업점은 자산관리와 PB 영업에 집중한 형태다.

같은날 우리은행은 TCE본점센터와 TC프리미엄압구정센터도 신설했다. TCE와 TC프리미엄은 우리은행의 PB전문 브랜드인 ‘TC(TWO CHAIRS)’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거점점포다. TCP프리미엄 압구정센터는 잠실·청담·대치·가산·부산에 이은 6번째 프리미엄센터다.

TCE(TWO CHAIRS Exclusive) 센터는 30억원이상 초고액자산가와 기업 오너를 대상으로 PB와 기업·투자금융(CB·IB)가 결합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센터다. 지난해 10월 1호점인 TCE강남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 2호점을 마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 자산관리 업무를 강화하면 효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본점에 상징적으로 TCE센터를 마련한 것”이라며 “자산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주요 거점에는 TC프리미엄 점포를 늘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5일 가산IT금융센터, 부산금융센터, 청담중앙지점의 일부 PB고객의 계좌 관리점을 인근 TC프리미엄 센터로 옮길 예정이다. PB 영업 효율화를 위한 행보다.

반면 우리은행이 기존 영업점 2곳을 자산관리 특화영업점으로 전환한 날 이와 별개로 대치북지점, 둔촌남지점 등 영업점 19곳을 줄폐쇄했다. 우리은행 측은 영업점 폐쇄와 자산관리 특화영업점 전환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 변화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거래가 감소하고 있지만 자산관리는 직접 대면해서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산관리 특화영업점을 중심으로 자산관리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 클럽원 2호점을 개점했다. 클럽원은 하나은행이 지난 2017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로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VVIP 멤버십 제도를 운영해 VVIP 고객은 영업시간 외에도 내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전날 기존 서소문, 남동중앙금융센터, 신한PWM목동센터를 디지털과 아날로그 영업점의 특성을 결합한 ‘디지로그 브랜치’로 전환했다. 이중 2곳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에 특화됐다. 모든 상담업무가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사전에 예약한 고객은 별도로 마련된 컨설팅 라운지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수신 업무는 키오스크와 디지털 데스크의 비대면 거래로 해결해야 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각각 58곳과 25곳의 영업점을 폐쇄했거나 폐쇄할 예정이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으로 지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고객관계 형성에 있어서 지점은 여전히 전통은행이 가지고 있는 강점 중 하나”라며 “국내 은행들은 내방객이 감소하면서 채널 운영 효율화를 위해 지점을 디지털화하고 있으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가치 제고 노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으로 무인화 되어가는 점포를 지역 내 고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고객관계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른 업권과 콜라보 점포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뭔가 특화해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영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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