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절차 강화도 무색..하반기 은행 점포 130여곳 무더기 폐쇄

국민 30곳·신한 58곳·하나 25곳·우리 21곳 등 폐쇄
사전영향평가 면제조항 등 사실상 무용지물 우려도
금융당국, 사전영향평가 준수여부 모니터링 중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6.28 14:58 | 최종 수정 2021.06.28 15:0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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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 하반기에만 130곳이 넘는 은행 점포가 문을 닫는다. 시중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사전절차가 강화됐지만 예외조항 등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이날 강남대로점 등 9곳의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합한다. 지난 21일에도 영업점 7곳을 통폐합한 하나은행은 오는 9월에는 한남동점 등 9곳을 추가로 통합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내달 12일 세종중앙점 등 28곳을 한번에 정리한다. 오는 9월 6일에는 2곳을 추가로 폐쇄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8월 2일 당산중앙점 등 13곳의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 예정이다. 오는 9월 27일에는 신도림동점 등 45곳이 대거 폐쇄 예정 목록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 김포공항내 출장소 2곳을 폐쇄한 데 이어 내달 12일 역삼동지점 등 19곳을 한꺼번에 폐쇄한다.

4대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134곳의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지만, 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고, 비대면 거래 증가로 지점 자체가 크게 의미 없어진 상황에서 영업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영업점 폐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흐름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점포 304곳이 폐쇄됐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폐쇄점포 수가 각각 23곳, 57곳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이 감축세가 지속되면 올해도 200곳이 넘는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행들이 올 3월부터 강화된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따르면서도 감축세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지난 3월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점포 폐쇄 전 외부인 참관 사전영향평가 실시, 3개월 전 2회 사전통지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임시폐쇄나 인근지역 점포합병 등의 경우는 면제권을 부여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는 모두 인근 영업점과 통합을 전제하고 있다. 예외조항에 따르면 외부인 참관 사전영향평가 없이도 은행이 점포 폐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점포 폐쇄 절차에서 영업점 통합에 대한 별도의 거리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며 “각 은행이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는 실시하고, 통폐합 지점이 1㎞ 이내인 경우는 사전영향평가를 생략하고 있다”면서 “현재 절차에 어긋나지 않게 준수해서 영업점 통폐합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계약 입찰이 끝나서 나오는 경우, 정주권 변화로 내점 고객이 너무 줄어서 출장소로 전환하는 경우 등 영업점 폐쇄 이유는 다양하다”며 “사전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다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은 실제로 사전영향평가 실시되는 비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꺼려했다.

금융감독원은 점포 폐쇄절차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분기별 업무보고서에 폐쇄 점포의 사전영향평가 결과자료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별 점포 운영현황을 분석해 정기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국내은행의 점포 운영현황이 한 차례 발표했지만, 강화된 점포 폐쇄 절차가 반영된 운영현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보다 폐쇄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고객 방문율이 낮은 영업점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폐쇄 절차가 강화된 이후 아직 금융당국의 컨펌이 없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점포를 줄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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