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장기전 예고..박철완 상무 "끝 아닌 시작"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3.27 12:22 의견 0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 [자료=박철완 주주제안 홈페이지]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두고 삼촌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가 벌인 분쟁에서 박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박 상무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한 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혀 장기전을 예고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 박 회장 측은 사내이사 선임과 배당부터 사외이사 선임, 이사회 개선 등 모든 안건에서 낙승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승리가 예견되긴 했다.

표대결에서 패배한 박 상무는 수일 간 휴식을 취하고 주변 이해당사자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완 상무는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지적해 온 부적절한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과다한 자사주 장기 보유, 동종업계 대비 과소 배당 등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과거 위법행위와 이사회의 견제 부족 등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가 더 우세했다.

재계에서는 박철완 상무가 완패하긴 했으나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신의 존재를 대외에 알리고 주주제안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향후 세력 확대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가 시작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사측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배당과 이사회 구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찬성 비율은 57.2%를 기록해 사측 안건에 밀려 부결되긴 했으나 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성과도 있었다.

또한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 일부 해외 투자자들이 박 상무 손을 들어준 점도 박 상무 주주제안 캠페인에 힘을 실어준 지점이다.

박 상무는 주총 후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계속 경영진과 이사회 견제 역할을 하면서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주총이 데뷔전이자 1라운드라면 이번에 쌓은 지지 기반과 명분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대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의 다른 가족 일원도 경영권 분쟁에 가세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박 상무는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소폭 확대한 바 있다. 또한 모친과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고 박 상무의 우군인 특별관계자로 추가됐다.

박 상무는 계속 우호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박 상무는 "이번 주주 제안의 의미와 성과가 크다"며 "앞으로도 동료 주주,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필요시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