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사옥 전경 (자료=한화)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며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이 재무 개선을 넘어 3세 경영권 승계의 전초전이라는 관측에도 그룹은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부채 63% 급증..IPO는 필수 선택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최근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배포했다. 빠르면 이번주 입찰 제안서가 제출되면 본격적인 주관사 선정 경쟁이 시작된다.

한화에너지는 차입금 급증(2년 만에 63%↑)과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시작했다.

회사의 순차입금은 2021년 2조7540억원에서 2023년 9월 4조4958억원으로 2년 만에 63% 급증했다.

태양광 사업 확장과 계열사 투자로 인한 차입금 증가가 주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 사업 특성상 장기 자본 투자가 필요하나, 고금리 환경에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2대 주주(22.16%)로서 그룹 경영권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의 개인 지분(총 9.74%)과 합치면 ㈜한화에 대한 영향력이 31.9%로, 김승연 회장(22.65%)과 연계 시 54.55%의 압도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계에선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공개되면 ㈜한화와의 합병이 수월해져 3세 승계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주목한다.

업계 내부에선 한화에너지가 IPO 자금으로 ㈜한화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병을 추진하고, 사업 영역을 에너지·방산(김동관), 금융(김동원), 유통·레저(김동선)로 분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95%), 한화생명(43.24%)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지만, 복잡한 소유 구조로 인해 3세 체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IPO는 재생에너지 12GW 확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승계나 합병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997년 한화캐미컬을 인수해 그룹을 키운 역사를 볼 때, 이번 IPO도 장기적 승계 로드맵의 일환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조 대어될까..부채비율과 이자비용은 리스크

한화에너지는 2021년 235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2022년 529억원, 2023년 2150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연 1200억원 추정)과 전력 단가 상승이 견인했다. 2024년 상반기까지 3조9468억원 매출을 달성했으나 유연탄 가격 변동성과 SMP 하락 리스크는 여전하다.

해외 사업 확장도 활발하다. 미국 텍사스에 20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20년간 연간 2000억원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와의 합작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도 가속화했다. 그러나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제 변경 가능성과 유럽 그린딜 정책 변동성은 해외 수익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8조~10조원으로 추정한다. 2023년 영업이익(2150억원)에 업계 평균 PER(주가수익률) 30~40배를 적용한 결과다.

이는 한국전력(25배)보다 높은 수치로, 신재생에너지 성장 잠재력을 반영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287%, 연간 이자비용 2100억원 등의 리스크는 공모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