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자체 개발 LLM ‘바르코’ 로고 (자료=엔씨소프트)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최근 세계적 화두가 된 AI의 물결이 게임업계에도 다다른 상황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접근법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 중 AI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으로 크래프톤이 손꼽힌다. 지난 2021년부터 AI R&D(연구개발)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딥러닝본부를 세워 첨단 기술 확보에 주력해 왔다.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를 통해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핵심 콘텐츠에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크래프톤이 해당 분야에서 빠르게 체급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엔씨소프트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진 기업이다. 지난 2011년 업계 최초로 AI 연구조직을 꾸렸으며 처음부터 원천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R&D를 추진해 왔다. 2023년 업계 최초로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는 관련 조직 분사를 통해 엔씨 AI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출범시킨 상태다.
AI에서 미래 경쟁력을 찾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게임 내에서 유저와 함께 호흡하는 AI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엔비디아 에이스 기술로 구축된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개념 캐릭터로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오는 3월 얼리 액세스를 앞둔 ‘인조이’에 이를 탑재할 예정이며 ‘PUBG: 배틀그라운드’에도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CEO와 김창한 대표의 회동을 통해 오픈AI와의 협력도 공식화한 모습이다. 오픈AI의 고퀄리티 LLM을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 CPC 개발 및 게임 특화모델로의 파인튜닝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현재 양사 실무진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엔씨의 경우 자체 언어모델 ‘바르코’의 수익사업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게임개발 과정에 있어서는 자체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되 자사만이 가진 게임 특화 에셋을 서비스화해 신규 매출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씨의 자체 모델 ‘바르코’는 한국어 성능을 중심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공개한 ‘바르코 비전’의 경우 한국어 부문에서 동종 크기 모델 중 1위의 성능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지난 4일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판 딥시크가 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모델 중 하나로 바르코를 언급하기도 했다.
수익화 방안으로는 생성 AI 기반 창작 플랫폼 ‘바르코 스튜디오’를 활용한 B2B 사업과 자체 LLM 기반 파인튜닝 모델 제공을 제시했다. 특히 2번째 방안의 경우 업종에 관계없이 AI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이 타겟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바르코 스튜디오’의 경우 아트나 텍스트 등 게임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창작 플랫폼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제공하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LLM을 활용하고 싶지만 비용 문제나 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고민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파인튜닝을 통한 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