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기존 빅테크 기업들을 위협하며 AI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으며 국내 기업도 단기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생태계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에 설치된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28일 연합뉴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새롭게 선보였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챗GPT 등과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딥시크발 충격에 따른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

AI 시장 확대로 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GPU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는 그동안 고성능·고효율을 강조하며 고가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도 타격을 받게 됐다.

실제로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97% 폭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고공행진해 온 SK하이닉스와 HBM 5세대인 HBM3E 납품을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에도 단기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민감한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중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이에 대응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반도체 자급자족에 한층 속도를 낼 경우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AI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