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내홍’ 겪은 NH농협금융, 내부규범 손본다..독립성 강화 방점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사외이사·CEO 경영승계 절차 손봐
비상임이사 사외이사 추천권 제거..농협중앙회 영향력 축소
경영승계 원칙·세부 계획 수립..선임 절차 독립·투명성 확보
중앙회와 내홍..지배구조 개선 흐름 타고 독립 기반 닦나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9.03 11:2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지배구조 손질에 나섰다.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원칙과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등 지배구조의 독립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지난달 30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의 개정이다.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한국정경신문 DB)

이번 개정은 사외이사 자격 요건과 후보군 관리 강화, CEO 경영승계원칙 수립이 핵심이다.

우선 제18조의2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항목이 신설됐다. 기존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이외사 후보를 추천할 때 후보군 내에서 추천하도록 했지만 후보군 관리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었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후보자를 ▲박사학위 보유 ▲대학 전임교원 재직 경험 ▲관련 분야 5년 이상 근무 경력 ▲관련 협회·위원회 3년 이상 활동 경력 ▲변호사·회계사·세무사·보험계리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 ▲그밖에 임추위에서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특히 이사 및 외부 자문회사 등의 추천을 통해 후보군에 포함할 경우 임추위 판단으로 후보군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했다.

또 임추위를 5명 이상의 이사로 하고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비상임이사는 빠지도록 했다. 통상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의 조합장이 선임됐다. 현 비상임이사는 박흥식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이다.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중앙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는 취지로 풀이된다.

제17조 이사의 권한과 책임 항목에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도 농협금융의 특수한 지배구조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 인사에서 중앙회 영향력이 중요하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빠졌다고 해서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임추위 하나로 지주 CEO, 완전자회사 CEO, 사외이사까지 선정하고 있어 추천 절차를 세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에서 지주 회장과 계열사 CEO의 경영승계에 대한 부분도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단순히 경영승계 절차를 규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그룹의 장기비전을 공유하고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투명한 경영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 눈에 띈다.

CEO의 자격요건은 기존 금융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에서 10년으로 늘렸다.

CEO 후보 추천절차에서도 세부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우선 후보군을 압축할 때 업무경험, 전문분야, 내·외부평가 등을 고려해 최소 5일 이상의 기간을 두도록 했고 심층면접 시 10일 이상의 간격을 두도록 했다. 최종후보자 선정도 차기 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해 평가에 시간적 여유를 뒀다.

최종후보자 선정의 근거가 되는 투표용지, 평가표 등의 자료를 실물로 보관하도록 별도 규정한 것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내부규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감원에서 지배구조내부규범에 의해 경영승계를 할 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금융권에 개선을 요청했었다”며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 경영승계 절차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농협금융의 이번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이 연초 불거진 지배구조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농협금융 자회사인 NH투자증권 신임 대표 선임을 놓고 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NH투자증권 내부 출신인 윤병운 부사장이 차기 대표로 선임되면서 갈등이 잠정 봉합됐지만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의 대주주 관련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농협금융과 계열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진행된 농협금융 정기검사를 앞두고 “대주주(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지배구조 관련해서는 매 2년마다 정기검사에서 들어가는 항목”이라면서도 “어떤 내용들이 지적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관련 이슈가 불거졌던 만큼 이번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에 어느 정도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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