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NH농협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한다. 그간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취약성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배구조 특성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내부규범 일부 개정을 의결했다. 농협은행의 지배구조내부규범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22년 2월 이후 2년 6개월만이다.
이번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의 핵심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다.
내부통제위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승인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특히 임원과 대표이사가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평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 설치는 지난달 시행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부통제위 설치 의무화됐지만..시중은행 ‘미지근’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 설치를 권고했다.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이후 금융사들과 논의 과정을 거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 소집되는 주주총회일까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시행됨에 따 금융사들은 올 연말까지 내부통제위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당시 지방은행이었던 iM뱅크(옛 DGB대구은행)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였다. 이들 은행들은 지배구조법 시행 이전에 내부규범을 개정해 내부통제위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당국 주도의 은행권 지배구조 개편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다.
반면 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내부통제위 설치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위험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 기존 이사회 내 소위원회와 통합운영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정관에 따라 감사위나 위험관리위에서 내부통제 관련해 심의·의결하고 점검·평가 및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면 내부통제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 “금융사고 반복 안돼”..총대 멘 농협은행
농협은행은 이번에 내부통제위를 선제적으로 설치하며 기존 은행장과 준법감시인 등 경영진으로 구성했던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협의회로 변경했다. 또 내부규범에 이사회의 내부통제 정책의 수립 및 감독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권한을 명문화한 것이다.
농협은행이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를 더욱 강화한 것은 올해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만 4건이다. 지난 3월 초과 대출로 인한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적발된데 이어 5월에도 각각 53억4400만원, 11억225만원의 배임 사고가 드러났다. 이달엔 117억원의 횡령 사고도 터졌다.
이에 농협은행은 6월부터 금융사고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종합대책 추진에 나선 상태다. 금융사고에 대한 임직원들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 확보와 윤리 문화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횡령 사고도 상시 감사 시스템 도입에 따라 적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용 행장은 지난 6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내부통제 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며 “제일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한 원인으로 농협중앙회가 은행의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지배구조 특성이 지목돼 왔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4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를 설치하고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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