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금융사고는 지배구조 특성 탓?..금감원 검사 쟁점 떠올랐다
금감원, 내달 중순 농협금융·은행 정기검사 실시 앞두고 사전검사 실시
이례적으로 정기검사 착수 배경 설명..“내부통제·지배구조 취약” 지적
내부통제 취약 원인으로 중앙회 영향력 들어..금융지주법·은행법 어겼나 쟁점
농협법 관리·감독 권한 규정하고 있지만..“지배구조법상 과도한지 살펴볼 것”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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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1:52 | 최종 수정 2024.04.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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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이 내달 정기검사를 앞두고 NH농협은행의 취약한 내부통제 체계의 원인으로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영향력을 지목했다. 비금융전문가인 중앙회 직원이 은행의 내부통제를 총괄하면서 금융사고를 유발했다고 지적하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다음 달 정기검사를 앞두고 지난 22일부터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정기검사와 관련해 일부 추측성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정기검사 착수 배경 등을 밝힌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금융사고를 빌미로 농협중앙회 길들이게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대주주 관련 지배구조를 들여다 본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특히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전문성 없는 인사를 농협은행에 보내면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봤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이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또 농협은행 B지점 직원은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 직원 경우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시 적발됐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은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중앙회의 전문성 없는 인사가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으로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중앙회 시군지부장이 지역 단위농협에서 농정이나 영농사업을 하면서 은행 지점장까지 겸하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근거로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을 들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 4에 의하면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은행법 제35 4에서는 은행의 대주주는 은행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은행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회에서도 반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서 농협금융지주와 은행·보험 등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법 142조의 2는 ‘중앙회는 중앙회의 자회사가 업무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회원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해야 한다. 중앙회는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농협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입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 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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