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에 올해 상반기만 3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분기 만에 지난해 금융사고 건수인 36건에 바짝 다가섰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별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총 3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에서 가장 11건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 10건, 하나은행 7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36건의 금융사고 건수와 맞먹는다. 특히 2분기에만 26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2016년 2분기(26건) 이후 분기 기준 최다발생 금융사고 건수다.
상반기 사고 유형별로는 횡령·배임이 각각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농협은행에서만 횡령 4건, 배임 3건이 발생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각각 횡령 3건과 1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배임이 각각 4건, 1건 적발됐다.
금융사고별 사고금액도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컸다. 사고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 공시 의무가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가 총 8건으로 많았고 이중 1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건수는 6건에 달했다.
지난해 총 36건의 금융사고 중 사고금액이 10억원이 넘어 공시 의무가 발생한 사고가 1건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금융사고의 사고규모가 유난히 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올해 공시된 금융사고를 살펴보면 여신부문에서 발생한 횡령·배임에 따른 부당대출 사고가 많았다. 피해금액도 11억~273억원으로 컸다. 대부분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담보 가치 보다 부풀려 과다 대출을 내준 경우다.
국민은행에서 총 488억원, 농협은행에서 173억원의 배임에 따른 부당대출 사고가 있었다.
우리은행에서는 대리급 직원이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의 명의로 허위 대출을 일으켜 약 177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금융사고에서 안전하다고 평가 받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 상반기 케이뱅크에서 사기 1건, 토스뱅크에서 실명제위반 1건 등 금융사고 발생했다.
문제는 3분기 들어 은행권 금융사고가 더욱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업무상 배임으로 164억5459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전임 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하게 취급된 대출 건으로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 결과 사고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최근 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 직원이 지인 명의를 도용해 약 4년 동안 117억원의 대출을 일으킨 횡령 사고도 적발됐다.
연이어 터진 대형 금융사고로 연말 일제히 임기 만료를 앞둔 5대 은행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내부통제 부실 이유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내부통제 체제가 강화되면서 적발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적발된 금융사고도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상시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공시된 은행권 금융사고의 발견 경위를 보면 대부분 은행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한 경우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감사 인력 확보 및 상시감시 강화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추진했다”며 “자잘한 금융사고들이 대형 사고로 커지기 전에 사전에 적발해 조치하다 보니 금융사고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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