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이 그간 금융거래 과정에서 기본적인 고객확인업무 조차도 부실하게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와 전임 지주 회장이 연루된 부정대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우리은행의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이 속속 초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은행에 고객확인 의무 위반 등 자율처리 필요사항 1건과 개선사항 5건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번 제재는 우리은행의 미흡한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이행과 관련이 있다.
우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사는 고객이 금융거래를 개시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일회성 금융거래 등을 하는 경우 고객확인 의무가 있다.
개인 고객의 경우 성명, 생년월일, 성별, 실명번호, 국적, 주소, 연락처를, 법인의 경우 법인명, 실명번호, 본점 주소, 대표자 정보, 업종, 실제 소유자 정보 등을 확인해야 한다. 대리인에 대해서는 대리에 대한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신원에 관한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다수 영업점에서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신규 계좌개설 등 거래를 하면서 개인고객 본인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거나 법인고객의 대리인에 대해 위임장 등을 통해 대리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고객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개선사항 5건도 ▲외국인 및 법인 고객확인 업무 미흡 ▲고객확인업무 및 고객위험평가제도 운영 미흡 ▲사기이용계좌 등록 정보의 자금세탁방지 업무 연계 미흡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업무 운영 미흡 ▲독립적 감사 미흡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과 관련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비대면 고객확인 수행 시 과거 고객확인 정보와 최신 정보가 혼재돼 관리하고 있고 업종 확인 등 개인사업자에 적용되는 별도의 고객확인 절차를 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아 콜센터를 통해 추가로 확인하는 등 비대면 고객확인업무를 불합리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사기·횡령 등 금융사고를 인지하거나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 등을 통해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청한 경우 각 관련 부서에서 검토해 수기로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한 임의보고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거래가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는 체계화된 절차가 없어 검토가 누락되거나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또 외부정보·영업점 제보 등을 통해 의심스럽다고 판단해 고객확인 초기화 조치를 완료한 건에 대해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를 하도록 하는 체계화된 절차가 미흡했다.
독립적 감사도 미흡했다. 우리은행은 연 1회 이상 자금세탁방지센터, 해외영업점 및 국내영업점의 자금세탁방지업무수행에 대한 독립적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사회에 2022년도 자금세탁방지센터 및 해외영업점에 대한 독립적 감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국내영업점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는 생략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영업점에 대한 점검을 하면서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정보 누설 방지 등의 사유로 점검항목에서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및 고액 현금거래 보고 관련항목을 제외하는 등 점검을 미흡하게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국내 영업점에 대한 독립적 감사 결과를 이사회에 충실히 보고하고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및 고액 현금거래 보고 관련 업무처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중요한 내부통제 체계다. 특히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제도를 통해 금융사는 고객 신원과 거래 정보를 축적해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내부통제 체계의 부실화는 대규모 횡령과 부당 대출 같은 대형 금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대리급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의 명의로 허위 대출을 일으켜 약 177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또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616억원 상당의 부당 대출을 내줬다가 은행 자체 내부통제와 금감원의 현장검사로 적발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전날 열린 긴급 임원 회의에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이 모두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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