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은행권 부당대출 사고 공시 잇따랐는데..우리은행 당국 보고 시점 논란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8.14 11:08 | 최종 수정 2024.08.14 16:3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당국 보고를 고의로 지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초기 인지 시점에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당시 은행권에 부당대출 배임사고가 잇따라 적발되는 등 유사한 사고가 횡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은행의 대처가 너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우리은행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본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규정에 근거하며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다. (자료=연합뉴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본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규정에 근거하며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사고금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 횡령·사기·배임 등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금감원장에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에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부적정 대출 취급 건을 발견한 것은 올해 1월 퇴직을 앞둔 지점장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재임 중 취급했던 대출에 사후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다. 임모 전 본부장이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에 취급했던 기업대출 건에서 부적정 대출 취급 건을 발견했고 이 중 일부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음을 파악했다.

3월까지 진행된 1차 검사 결과 임 전 본부장의 귀책 사유를 확인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까지 보고했다. 이때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은행권에 부당대출과 관련해 배임사고가 잇따라 적발돼 보고·공시가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측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5일 109억원의 배임사고가 발생했다고 당국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13일 104억원 배임사고 공시를 냈다. 두 건 모두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한 부당대출 사고였다. 영업점에서 차주의 담보 가치를 부풀려 과대 대출을 내줬는데 두 은행 모두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4, 5월에도 두 은행에서 부당대출 관련 배임사고가 추가로 적발되면서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행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을 인지한 시점도 여기에 겹친다. 사고금액은 616억원으로 크고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큰데도 단순 심사 소홀에 따른 취급여신 부실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부적정 대출을 인지하고 배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해석에 따른 문제”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제보에 따른 금감원 현장조사에서 적발된 것이니 조치·보고 시점의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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