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 6월 대리급 직원의 횡령사고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우리은행에 이번엔 전 지주 회장이 연루된 배임 사고가 터졌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고에서도 대출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허점을 보이며 내부통제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23건, 454억원 상당의 대출을 내줬다.
또 다른 9개 차주에 대해 실시한 162억 원(19건)의 대출 역시 원리금 대납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 건은 5건, 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배력을 행사한 이후 대출액이 137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금감원은 해당 대출 건 중 28건, 350억원의 경우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우리은행은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해당 부동산 실거래가(20억원)는 차주가 대출신청 시 제출한 매매계약서상 매매가격(30억원)에 미달했음에도 우리은행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내줬다.
또 대출 취급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30억원 규모의 ‘거래처 대금지급 목적’ 대출 관련 용도외 유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차주가 해당 대금의 지급증빙으로 비정상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했음에도 우리은행이 이에 대한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서는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대리급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의 명의로 허위 대출을 일으켜 약 177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이 직원은 결재권자 부재 시 관행적으로 실무 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해오던 점, 지점 대출요청을 받은 본점이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이를 지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 점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와 관련해 은행 차원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사실도 각각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과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및 부실여신 책임규명 과정에서 발견된 부당 취급 의심 건에 대해 올해 1~3월 1차 자체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 신용평가 및 여신취급 소홀, 채권보전 소홀 등이 확인된 해당 본부장(전 선릉금융센터장)은 면직 및 성과급 회수, 관련 지점장 등은 감봉 등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1차 자체검사 과정 중 발견된 특이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 감리 등을 기초로 친인척 관련 여신 전체를 대상으로 2차 자체검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유사한 사례 방지를 위해 부당여신에 대한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다양한 내부자신고 채널 확대, 반복적 여신심사 소홀 영업점장에 대한 여신 전결권 제한 및 후선배치, 여신 사후관리 등의 조치를 실효성 있게 강화했다”며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외에, 금감원 검사결과를 적극 반영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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