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 최재원, 배터리 실적 ‘쾌속충전’ 특명..2분기 영업익은 깜깜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베이션 이동
정유·배터리 실적 감소 관측..신용등급 하향
“미래에너지 사업 통합시너지 창출” 기대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6.13 10:49 의견 1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0일자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사진)을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SK이노베이션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을 지 주목된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적자로 총부채가 최고치에 달한 만큼 경영 혁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밖에도 신용등급 하향부터 기술보안 역량 강화까지 손대야 할 곳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오는 28일과 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참석한다.

이들은 SK를 둘러싼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졌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중에서도 정상화가 시급한 곳으로 꼽힌다. 캐시카우인 정유사업이 정제마진 하락으로 부진이 예상되고 배터리 사업도 흑자전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점도 오너 책임경영 강화를 포함해 불황 속 경영 혁신에 시동을 걸기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에너지·그린 사업 전반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성장전략 실행에 탄력을 더할 계획이다. 그간 맡고 있던 SK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을 겸임하는 만큼 그룹내 미래 에너지 사업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일부에선 최 수석부회장이 내년 정기주주총회 등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거쳐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자료=SK)

■ 2분기 영업익 40% 감소할 듯..총부채 최고치·신용등급 하향

시장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회복과 SK온의 위기 극복을 이끌어낼 지 주목하고 있다.

당장 2분기 실적 전망은 깜깜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이 이 기간 영업이익 3760억원을 거둬 전분기(6247억원)와 비교해 약 40%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핵심 사업인 정유부문이 정제마진 하락과 석유 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SK온도 같은 기간 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돼 연내 흑자전환 가능성이 옅어졌다.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다. 전기차 시장 반등이 요원한 상황 속 배터리 사업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부담이다.

그간 SK온 지원에 자금을 쏟은 SK이노베이션의 총부채는 작년 말 기준 50조815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전년보다 15.6% 확대된 규모다.

이런 이유로 신용등급도 하향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내려잡았다.

오랜 이슈였던 경쟁사 배터리 기술유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기술보안 강화에 대한 노력도 최 수석부회장의 몫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달 31일 SK이노베이션 직원 7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7년∼2018년 말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LG화학 측의 이차전지 설계와 제조공정 관련 정보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취득·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태를 놓고 두 회사는 오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 사례를 포함해 최근 배터리사를 중심으로 기술 유출 및 특허 침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법적 보완을 넘어 기업내 자체 대응책 구축이 필요하단 평가다. SK온 역시 1분기 기준 지식재산권이 1600건을 돌파한 만큼 배터리 기술력을 지키는 데 팔을 걷어야 한다.

SK온 관계자는 "(기술유출 건은) 오래전 양사가 합의 완료한 사안으로 재판이 조속히 마무리돼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와 정유, 화학 등 산업 전반의 대내외적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임직원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SK온 북미 공장 가동률 회복 여부가 적자 축소의 가장 큰 변수"라며 "북미 공장의 판매량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 판매 증가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영업 적자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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