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영원무역, 소비 침체·실적 부진에도 ‘자사주 취득’ 카드 꺼낸 이유
패션기업 실적 부진에 평균 30~40% 주가 하락
영원무역, 스캇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 ‘부담’
휠라, 부진에도 기업가치 제고 위해 주주환원 강화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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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11:10 | 최종 수정 2024.06.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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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 탓에 주가 저평가를 받는 패션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휠라홀딩스는 주가 안정을 위해 2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기 노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도 5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앞서 3월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패션은 소비 심리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 업종이다. 최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패션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30~40%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주가 방어에 나선 것이다. 소비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중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늘리고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면서 기업가치를 지켜간다는 방침이다.
영원무역의 경우 지난해 노스페이스의 호조로 실적은 선방했지만 성기학 회장이 점찍은 글로벌 자전거 기업 스캇이 부진하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컸다.
실제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영원무역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5.6%, 57.5% 줄었다. 스캇은 같은 기간 매출이 35% 감소했고 1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2월 스캇에 2300억여원 규모의 대여한도 제공을 결정했다. 지난 3월에는 스캇 채무 1709억원에 대한 채무 보증에 나서기도 했다.
스캇에 대한 영원무역의 자금 지원까지 이어지면서 주가 방어는 불가피했다. 이에 이달 10일부터 오는 12월 10일까지 6개월간 5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의 OEM 사업부 매출 감소는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스캇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자사주 매입으로 분위기를 전환해 4분기부터 주가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는 자회사 아쿠쉬네트의 성장세에 힘입어 1분기 반등을 이뤄냈으나 다만 본업인 휠라는 전년대비 한 자릿 수 성장에 그치며 재고관리와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휠라홀딩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1826억원, 영업이익은 1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1.8% 증가했다.
이에 자사주 취득 및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휠라홀딩스는 앞서 3월 261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고 이달 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했다. 오는 9월 100억원 추가 매입을 통해 올해 최대 500억원 한도 내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이호연 휠라홀딩스 COO는 “휠라홀딩스의 자사주 소각 및 취득 계획은 휠라 5개년 전략 ‘위닝 투게더’에서 강조하는 주주환원 강화 목표 아래 추진됐다”며 “휠라 부문의 브랜드 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을 위해 양질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는 북미 사업부 아쿠쉬네트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아쿠쉬네트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6250만 달러(한화 약 863억원) 상당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적 플랜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의류 소비가 되살아나는 사이클이 통상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 패션기업들의 실적 회복까지 더해져 저평가된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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