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7년차’ 카카오뱅크, 해외 진출 첫발..인니 진출 이어 태국도 가시권

슈퍼앱 ‘그랩’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 출범
윤호영 대표 해외 진출 발표 1년여 만에 성과..“장기적 협력 구축”
직접 진출 대신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기술 노하우 이식 집중”
태국 가상은행 출범도 가시화..중국 위뱅크 합류로 경쟁 우위 확보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6.20 11:0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출범 7년차인 카카오뱅크가 해외 진출 사업의 첫발을 디뎠다. 지난해 지분 투자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가 공식 출범하면서다.

현지 금융지주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 중인 태국 가상은행 설립도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공식 론칭 행사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맨 오른쪽)와 티고르 M.시아한(Tigor M.Siahaan) 슈퍼뱅크 대표(가운데)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카카오뱅크)

20일 카카오뱅크는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가 전날 공식 오픈했다고 밝혔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그랩’과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 ‘싱가포르텔레콤(싱텔, Singtel)’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그랩과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에 대한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슈퍼뱅크에 10%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모바일 뱅킹 성공 노하우와 금융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및 서비스,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에 대한 자문을 수행해왔다.

이는 매일 소액과 잔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아이디어를 차용한 슈퍼뱅크의 저금통(쯜릉안, Celengan)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향후 슈퍼뱅크의 상품·서비스 기획 및 개발 과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업 경험을 축적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동남아 시장 진출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에서 처음 윤곽이 나왔다. 당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스토리와 플랫폼 역량을 갖춘 DNA 때문에 몇 개 나라의 회사들이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며 “동남아 2개 국가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최소 올해 안에 1개 국가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지주사 SCBX, 동남아 슈퍼앱 그랩과 차례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해외 진출 신호탄을 쐈다. 이 중 그랩과 손잡은 슈퍼뱅크가 공식 출범하면서 해외 진출 첫 성과를 이뤘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태국 진출도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간접 진출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 구성부터 인가 취득, 설립 준비까지 전 단계에 참여해 컨소시엄의 지분 20% 이상 취득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해 직접 해외 진출하는 것은 과정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성장성 있는 현지 회사와 협업해 간접 진출하는 형태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는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비대면 금융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면서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 기반을 점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태국이 도입을 준비 중인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은행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가상은행이 금융서비스 개발 경쟁과 소비자 요구에 맞는 혁신을 촉진하고 소매 부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적절한 접근성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주요 벤치마크 사례로 카카오뱅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와 SCBX 컨소시엄에 중국 위뱅크가 업무 제휴 파트너로 추가 합류했다. 위뱅크는 2024년 12월 출범한 중국 최초 인터넷은행이다.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의 ‘QQ’와 ‘위챗’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태국 내 중국계 태국인은 전체 인구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태국 간 접점이 많고 태국에 선진출한 ‘위챗’에 익숙한 태국인들이 많다. 이번 위뱅크의 컨소시엄 합류로 현지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중앙은행의 인가 계획에 맞춰 8월 중 인가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손보여 온 것처럼 현지화에 최적화된 이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기획 역량을 태국 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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