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HD현대·에쓰오일, 감산 연장에도 실적은 썩..액침냉각·바이오로 극복 러시
OPEC+ 원유감산 연장에도 유가 상승세
2.8조 액침냉각·28조 SAF 시장 투자 속도
2분기부터 침체 예상..SK이노 영업익 40%↓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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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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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가 원유 감산 연장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로 실적 침체기에 들어설 전망이다. 수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할 액침냉각과 바이오항공유(SAF) 분야에 투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명은 '엑스티어 E-쿠링 플루이드)'로 이달 초 특허청에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전자제품, 배터리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유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차세대 열 관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약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이 예상된다.
정유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액침냉각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2022년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GS칼텍스 도 작년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내놨다. 에쓰오일 역시 올초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바이오도 정유업계가 점찍은 대표 신성장동력이다. 특히 SAF는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사용 의무화를 추진해 성장성이 돋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이 2021년 7억4550만 달러(약 1조원)에서 오는 2027년 215억 달러(약 28조원)까지 클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내 설비를 짓고 있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 생산 공식 인증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을 따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차세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4월에는 대산공장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 디젤 공장을 상업 가동했다.
■ OPEC+ 원유감산 연장에도..유가 하락·수요 부진 관측
정유 4사가 신사업 투자에 매진하는 건 불안정한 업황 속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실적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은 올 1분기 지정학적 이슈로 15달러선까지 올랐지만 유가 하락국면과 함께 현재 5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손해도 이익도 없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OPEC+(OPEC플러스·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지난 2일 원유 감산 기한을 내년까지 연장했지만 유가는 연일 하락세다. 경기침체와 OPEC+의 감산 완화 스케줄 명시가 시장에 하방 압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적인 원유 수요 감소도 정유사에 악재다. 이런 까닭에 하반기까지 수익 개선 여지가 불투명하단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익 376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6247억원)보다 40% 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4557억원을 기록해 16억원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및 수요 우려 등으로 유가 상승 모멘텀이 둔화돼 재고평가이익 규모가 당초 예상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시즌이 다가오면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유가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대외 변수에 민감한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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