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자율배상, 빛좋은 개살구”..투자 피해자들 거부 목소리 확산

홍콩 ELS 피해자 모임, 국민은행 신관 앞 규탄 집회
은행권 자율배상 결정에 비판 목소리..“생색내기 불과”
국민은행 VIP 고객들 피해 사례..“40년 단골 신뢰 잃어”
양정숙 의원 “총선 후 정무위서 전액 배상 논의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3.29 16:21 | 최종 수정 2024.03.29 16:32 의견 3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자율배상 거부한다”, “사기 은행에 속았다”, “은행원들은 양심 고백하라”, “경영진은 계약 원천 무효 수용하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신관 앞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최근 은행들의 자율배상 수용이 이들의 분노를 더욱 돋운 듯 했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자료=윤성균 기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1·2차 금융감독원, 3차 NH농협은행에 이은 네 번째 집회이자 주요 판매은행 본점 앞 두 번째 집회다. 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는 8조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투자 피해자들이 모였다. 각자 탄원서에 서명한 뒤 긴 대오에 섰다.

마침 이날은 국민은행이 홍콩 ELS 주요 판매 은행 중 마지막으로 자율배상 여부를 확정한 날이다.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내달부터 배상 절차를 이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한 투자 피해자들은 은행의 자율배상 수용을 생색내기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40년 국민은행 단골이었지만 홍콩 ELS로 억대 손실을 입었다는 A씨는 “금감원은 보상이 아닌 배상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은행들에 자율배상을 지시했다”며 “이는 은행들에 피해자 개개인을 던져주어 실제 고객 손에 쥐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게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드는 기만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천, 수억의 고객 돈을 가져가서 손실을 입히고 배상금마저 거지 동냥하듯 생색내고 있다”며 “국민은행을 비롯한 5대 은행은 억지 부리지 말고 일괄 배상,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 피해자 B씨도 국민은행 VIP 고객으로 홍콩 ELS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봤다. 그는 “금융당국과 은행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금융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소외되고 약탈됐다”며 “자율배상은 약탈당하고 이용 당한 소비자를 두 번 죽이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금융소비자들이 잃어버린 것은 단지 돈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믿음과 희망”이라며 “판매사들은 100% 원금 전액 배상하는 것만이 오랜 기간 은행을 믿고 거래해온 고객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은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배상안 기준은 피해자분들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총선이 끝나면 피감기관장이 참석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이 완전한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집회 참여자 중 일부 국민은행 고객들이 영업점에 들어가 항의성 예금인출(뱅크런)을 진행했다. 영업점에 들어가지 못한 참여자들은 비대면으로 뱅크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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