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홍콩 ELS 사태 피했지만 실적 반전 없었다..나홀로 ‘역성장’

KB·신한·하나, 대규모 ELS 배상금에도 실적 선방
우리금융만 시장 기대치 밑돌아..영업익 전년비↓
은행 본업 부진에 우리카드 어닝쇼크..충당금 압박
비은행 M&A 성과 낼까..단기적 자본비율 하락 우려도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4.29 10:18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비켜가고도 경쟁사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 인수·합병(M&A)를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도 자본비율 하락 우려를 낳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8245억원으로 전년 동기(9140억원) 대비 9.9% 축소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8334억원) 대비로도 소폭 밑돈 수치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자료=우리금융그룹)

주요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이 홍콩H지수 ELS자율배상 여파로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KB금융·신한·하나금융은 수천억원대 ELS 자율배상 충당금을 쌓고도 이자·비이자이익과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홍콩 ELS 배상 손실을 비껴가고도 전년 대비로는 물론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ELS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KB금융 8620억원, NH농협금융 3416억원,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우리금융 75억원 순으로 많았다.

우리금융의 실적 부진은 본업인 이자이익의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2조1980억원으로 1년 전 기록한 2조2190억원 대비 0.95% 감소했다.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곳은 5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비이자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7% 늘었지만 전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비은행 비중이 크지 않은 특성상 타사대비 낮을 것으로 기대됐던 그룹 대손비용률이 0.40%로 높게 나타난 것도 실적 감소의 원인이다. 은행 대손비용은 1870억원으로 경쟁은행들 대비 많았기 때문으로 중소기업대출 부실이 일부 발생하면서 실질 고정이하여신(NPL)이 증가한 탓이다.

1분기 중 저원가성예금이 대폭 증가한 타행들과 달리 우리은행은 말잔 기준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4.5%, 신한은행 6.7%, 하나은행 4.2% 증가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우리카드의 실적도 저조했다. 우리카드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대비 36.9% 감소한 290억원에 그쳤다. 고금리로 인해 조달·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다. 1분기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은 1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 증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타사가 대규모 ELS 투자자 손실 보상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금융 연구원도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경쟁사들 대비로는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평가된다”며 “1분기에도 기업대출 성장률이 2.9%에 달하는 등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다 향후 비은행 M&A시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 폭은 더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우리금융은 온라인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을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장기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체급을 불리기 위해선 보험·증권사 인수가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자본비율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진행된 우리금융 컨퍼런스 콜에서도 비은행 MA&에 관련 질문이 쏟아진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날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그룹의 현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헙업 등 미진출 업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가격에 대한 이슈, 자본비율 부담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 방향은 과거와 동일한 입장으로 적정 자본비율 범위 내에서 건전성 제고, 주주이익 극대화, RA 제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라며 “그룹 시너지 및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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