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줄지 않는 보험사기..당국, 처벌·수사 강화해 ‘엄정 대응’
지난해 적발액 1.1조원..인원은 10만명 넘겨
대부분 구약식·불기소 처리..솜방망이 수준 처벌
금감원, 법률 개정·수사협의회 구축 등 조치 나서
우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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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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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과 적발 인원은 계속해서 증가했지만 일반사기와 비교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계속되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법률 개정과 수사협의회 구축에 나섰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원으로 2022년 대비 3.2%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10만9522명으로 같은 기간 6.7% 늘었다.
적발금액의 대부분은 자동차보험(49.1%)과 장기보험(43.4%)에서 발생했다.
이 중 자동차보험은 전년 대비 16.4% 급등해 지난해 가장 많은 적발금액이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적발금액을 기록해 온 장기보험은 같은 기간 오히려 6.5% 감소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여전히 사고 내용 조작 유형(59.3%)이 가장 많았고 허위사고(19%)와 고의사고(14.3%)가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 적발 사례가 증가하고 방법도 조직화·고도화됐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처벌 수위는 여전히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사기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 보험사기를 증가시킨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5일 발간한 ‘최근 보험사기 적발 및 처벌 현황’에 따르면 2022년도 보험사기죄로 기소된 2845명 중 구약식으로 처리된 경우는 56.8%에 달했다. 불기소 인원 1460명 중 86.9%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일반사기죄의 구약식과 기소유예 비중이 각각 30.9%, 61.8%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제1심 형사법원의 선고한 징역형 실형 비중도 일반사기죄의 유기징역은 60.8%지만 보험사기죄는 22.5%로 약 2.7배 차이 났다.
금융감독원과 국회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을 진행했다. 이번 개정으로 보험사기죄 형사처벌 시 징역형과 벌금형의 병과가 가능해졌으며 보험사기를 알선·유인한 사람도 동일 수준의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보험업 관련 종사자에 대한 가중처벌과 명단 공표, 보험사기 목적의 강력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보험금 반환 의무 도입 등은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보험연구원은 “일부 항목들이 제외됐지만 중요 조항들이 추가된 유의미한 입법이라 생각한다”며 “입법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법률 개정뿐 아니라 경찰의 보험사기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보험범죄 수사협의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경찰청, 유관기관이 참여한 이번 협의회에서는 최근 보험사기 동향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효율적인 수사 지원방안과 정보공유 핫라인 구축을 논의할 계획이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사기죄와 비교해 보험사기죄는 그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다”며 “보험사기죄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범죄이기에 엄히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증가는 결국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져 선량한 사람들의 보험료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위해 입법 과정에서 빠져버린 항목들도 다시금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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