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니모와 손잡은 KB국민은행..이재근 행장의 ‘임베디드 금융’ 탄력

‘은행 없는 슈퍼앱’ 모니모에 국민은행 참여..제휴 통장 출시 유력
슈퍼앱 육성 집중하던 국민은행, 네이버페이-하나은행 선례 따르나
올해 초 이재근 행장 “전략적 제휴 통한 임베디드 금융 선점” 선언
“제휴 통장만 아니라 환전·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내제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4.15 11:1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국민은행이 삼성 금융계열사 통합 앱 ‘모니모’의 제휴 은행 자리를 꿰찼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초 ‘넘버원 디지털 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추진을 예고한 ‘엠베디드(내장형) 금융’ 선점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고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는 모니모 활성화를 위한 제휴 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을 선정했다. 앞서 삼성금융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에 협력을 제안했다. 이 중 국민은행, 하나은행, 케이뱅크 세 곳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국민은행이 제휴은행으로 낙점됐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자료=각사)

이번 제휴로 모니모는 ‘은행 없는 슈퍼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모니모 사용자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직 제휴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니모 사용자를 위한 선불금 충전 전용 수시입출금 통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금융네트웍스가 국민은행와 손잡고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 모니모 플랫폼 내에서 계좌개설·조회·이체 등 뱅킹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미 하나은행이 네이버페이, 쿠팡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제휴 통장을 출시한 선례가 있다.

이 중 선불충전금을 예치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인 네이버페이하나통장은 지난 2022년 11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50만좌를 돌파했다. 이후 우대금리 잔액 한도를 늘리고 마이너스통장 기능을 추가해 100만좌 목표로 2차 출시되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이와 유사하게 선불충전금을 예치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니모는 ‘모니머니’를 충전해 보험료나 카드 결제대금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방식이었다.

모니모에 통장이 도입되면 예치금을 모니머니로 쓸 수 있고 통장 처럼 이자도 붙는다. 통장과 연동한 체크카드도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경쟁 플랫폼과 손잡고 제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국민은행은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는 최소화하고 자사의 모바일뱅킹앱인 KB스타뱅킹 육성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국민은행 지난해 6월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과정에 빅테크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에 신용대출 상품을 입점하면서다. 올해 1월 대환대출 대상이 주택담보대출로 확대됐을 때도 카카오페이를 통해 국민은행 주담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제휴를 맺었다.

플랫폼 입점으로 제휴 사업의 가능성을 본 국민은행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임베디드(내장형) 금융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 때 기업고객그룹 내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외부 플랫폼기업과의 제휴·협업을 통해 다양한 뱅킹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베디드 뱅킹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KB의 모든 서비스가 고객의 일상 속에 촘촘히 스며들 수 있는 강력한 KB만의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KB스타뱅킹을 KB금융그룹의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비금융 플랫폼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금융 서비스 연계를 통한 ‘임베디드 금융’ 시장을 선점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휴를 통한 임베디드 금융이 꼭 통장 형태일 필요는 없다”며 “은행이 비금융사와도 손을 잡고 환전이나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이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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