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의 여파로 카드론 잔액이 계속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금융권에 이어 비은행금융기관도 2분기부터 대출을 강화할 전망에 서민대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9개 카드사(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이 총 39조4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월(39조4743억원)보다 78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14.5%였으며 우리카드가 15.3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카드와 BC카드가 각각 15.2%, 14.96% 수준을 보이며 뒤따랐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의 평균 금리는 17.21%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18.87%, 17.56%로 가장 높은 금리를 보였다.
카드론은 신용카드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도·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별도 심사 없이 대출 가능해 중·저신용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대표적인 대출 창구로 꼽힌다.
금융업계는 카드론 잔액이 계속 증가하는 것에 대해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금융권 대출 문턱이 상향되며 풍선효과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PF 사태로 연체율이 전년 대비 3.14%포인트 급등해 6.55%를 기록했다. 이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저축은행들은 대출 조건을 강화했으며 신규 대출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서민대출의 한 축인 저축은행이 빗장을 걸어 잠그자 다른 대출 창구가 없는 중·저 신용자와 다중채무자들이 카드론에 몰린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 리스크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에 시중은행 대출 가능 신용점수 기준이 상향돼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단 분석도 이어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케이뱅크를 제외한 시중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신용점수는 900점 이상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점수 기준 2등급(신용점수 891~941점)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900점이 안될 경우 대출을 위해선 제2금융권으로 향해야 하는 수준이다.
통상 3등급(신용점수 832~890)까지는 고신용 차주로 분류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 조건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제2금융권 대출 비중도 증가했다. 대출을 위한 신용점수 기준에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고 더 많은 사람이 카드론까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 대출도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비은행금융기관별 대출태도지수는 상호저축은행 –21, 신용카드회사 –6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서 마이너스가 의미하는 바는 현재보다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여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비은행업권이 높은 연체율로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저하를 우려해 대출 태도 강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2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태도가 마이너스로 나타남에 따라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를 통한 서민들의 대출 활동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 대출에 대한 기준이 금융권 전역에서 인상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해 카드론 잔액이 늘어났다”며 “카드사들도 지난해부터 계속 건전성을 위한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는 중이라 향후 중·저신용자의 카드론 대출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의 평균 금리는 카드사가 의도적으로 높이지 않음에도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늘어나면 상향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카드론 잔액과 평균 금리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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