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이 가능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이 심화될수록 월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전세사기에 의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내 보증 지키기에 나선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하려는 추세다.
이 보험을 가입하면 집주인이 자력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했을 때 보증기관인 HUG가 세입자들에게 돈을 반환한다. 이후 HUG가 자신들이 대납해 준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직접 반환받는다. HUG입장에서는 빚이 쌓이는 구조지만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내 보증금 관련 큰 걱정 없이 전셋집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전셋집 찾기가 귀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보통 몇억원에 육박하는 전세자금을 잃지 않기 위해 매물 상태가 괜찮고 인기 많은 신축이어도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요새는 HUG가 되는지부터 물어본다”며 “안 된다고 하면 매물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가 신경쓰지 않는다해도 보통 전셋집에는 대출 상품이 실행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알아서 대출 심사에서 탈락시켜 입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실인 전셋집이 늘어나지만 임대인들도 전세가 낮추는 게 쉽지 않다. 공시지가는 낮은 상황에서 받아야 할 보증금 액수가 보통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에서 빌라 임대를 주고있는 A씨는 "세입자 안 맞춰져도 어쩔 수 없어요"라며 "지금 세입자 보증금 돌려줘야 하는데 3억 이상 안 받으면 당장 내줄 돈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공시지가가 낮은데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전세가가 일정 범위를 초과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서 HUG는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을 목적으로 보증보험 가입 과정에서 주택가격 산정 시 활용되는 공시가격 반영률을 150%에서 140%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내리면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로 맞춰져야 가입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표면적으로 전세사기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맹점은 이 범위 내에 해당하는 매물이 많지 않다. 공시가가 낮아지기 이전에 입주한 기존 세입자에게 이미 현재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를 이미 초과한 상태로 입주시킨 집주인들이 많다.
이에 이전보다 낮아진 공시가에서 126%를 맞추기 위해 다음 세입자를 입주시킬 때 현재보다 적은 보증금을 책정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갭을 메꾸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현 세입자가 당시 보증보험이 가능했던 3억6000만원 전셋집을 살고있다고 단순가정하자. 현재는 3억1000만원까지 가격을 내려야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매물로 바뀌었을 때 5000만원이 문제가 된다. 임대인들이 현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5000만원을 돌려줘야 하지만 가진 현금이 없을 시 전세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증보험이 안되더라도 현 전셋집 가격 이상 받기를 원하는 임대인이 많다. 공시지가가 시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변 시세대로 전세가가 산정된 상태여서 과한 전세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HUG와 연계된 대출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세입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임대인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보증보험 되는 전셋집 찾기 어려울 수록 월세도 커져
전셋집 찾기가 어려워지자 월세방은 점차 귀해지고 있다. 시장 수요가 많아지면서 월세 가격이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최근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B씨는 “월세가 보증금이 적게 들어가서 맘 편해요”라며 “10년 전에 비해서 같은 매물이면 체감상 2배 정도 더 비싸진 거 같은데 그래도 전세사고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다보니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연립·다세대 원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의 전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전·월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원룸의 월세 거래량은 3만5589건이다. 이는 원룸 전·월세 거래량(6만4015건)의 56%를 차지한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존 원룸 월세 거래량은 30~40%에 그치지만 최근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내 준공 5년 이하·보증금 1000만원 기준 연립·다세대 주택(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101만5000원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9.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원룸의 평균 월세는 2023년 1분기 69만5000원, 2분기 74만원, 3분기 71만6000원, 4분기 72만8000원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은 1인가구 207만7892원, 2인가구 345만6155원, 3인가구 기준 443만4816원이다. 아파트 값이 비싸 대부분 1인가구인 사회초년생들이 연립·다세대 주택을 선호하는 것을 감안할 때 소득의 반절 가량을 주거비로 쓰는 셈이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당장 월세를 지불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세가 내 집 마련으로 연결되는 사다리가 돼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추고 보증보험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적정한 공시지가와 함께 계약 시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미납 내역 등 채무관계 확인, 다주택자 여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고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전세사고를 피하기 위해 월세 인기 현상이 지속되는 게 주거 안정 측면에서는 알맞은 방향은 아니다”라며 “안전한 전세시장을 만들기 위해 임대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동반 하락한 공시지가와 전세가율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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