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추천해주는 우리은행 ‘생성형 AI뱅커’ 써보니..“이제 걸음마 뗐다”

우리은행, 국내 최초 생성형 AI뱅커 서비스 오픈..예적금 상품 추천 기능
대화형태로 가입금액·기간 맞는 상품 추천..만기 예상수령액 계산도 척척
부수적인 질문에 답변 생성은 제한적..생성형 AI 맞나 챗봇 틀 못 벗어나
“성능 문제 아닌 내부통제·규제 문제..향후 피드백 반영해 개선할 예정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4.09 12:0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챗봇 서비스와 비교해 한 단계 진화한 금융상담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답변을 내놓는 등 걸음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앱인 ‘우리WON뱅킹’에서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생성형 AI 활용 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AI뱅커 서비스 구축에 나선 지 5개월여 만이다.

우리은행 생성형 AI뱅커를 이용해 예적금 상품 상담을 받고 있다. (자료=우리WON뱅킹 화면 캡쳐)

생성형 AI뱅커는 기존 고객 상담 기능인 챗봇과 달리 대화형태로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해 대화형 AI인 챗(chat)GPT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챗봇 서비스의 고도화가 은행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존 챗봇 상담은 고객이 특정 문의를 하면 시나리오에 따라 추가적인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형태로 전개됐다.

질문도 대화형태가 아닌 단답형으로 물어야 하고 챗봇이 제시한 항목 중에서 선택하도록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해진 패턴을 벗어나거나 추가적인 답변이 필요하면 결국 상담원과 연결해야 했다.

반면 생성형 AI뱅커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대화형태의 질문도 이해해 답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 언어와 은행 창구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화를 비롯해 방대한 양의 금융 데이터를 AI뱅커에게 가르쳤다. 이제 자연스러운 상담은 물론 예적금 권유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은행 AI뱅커를 써보니 기존 챗봇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었다.

만약 챗봇에게 정기예금 상품의 정보 물어보면 은행이 보유한 정기예금 상품을 목록화해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상세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반면 AI뱅커에 정기예금을 물어보면 “희망하시는 금액과 기간을 말씀해주시면 고객님께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되돌아 온다.

“1000만원, 1년”이라고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도 있지만 “1000만원 여유자금이 있는데 1년간 맡겨두려고 해”라고 대화형태로 답변해도 정확해 인식해서 예금 상품을 추천한다.

상품 추천도 목록화해서 단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가입 금액과 기간에 따른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기본 금리와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와 조건, 최대 금리를 보여 준다.

만기 후 이자와 예상 수령액도 물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만기 후 예상 수령액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세전 만기 지급액과 세후 만기 지급액을 계산해서 알려준다.

AI뱅커는 기본적으로 가입금액과 기간에 최적인 상품을 추천해 주지만 다른 상품 정보를 물어보면 즉각 알려준다.

다만 예적금 상품 추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부수적인 질문에 대한 인식률과 답변은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과 적금의 차이에 대해서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기초적인 정보는 답변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기예금을 중도할 해지할 경우 이자 지급은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문의하시는 내용은 제공된 상품정보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과 구글의 ‘제미나이’가 중도해지시 약정된 이율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AI뱅커의 답변이 여전히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존 챗봇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AI뱅커의 성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규제와 내부통제 측면에서의 제약 때문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고객의 자산에 따른 맞춤형 예적금 상품의 추천 등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적용시키 위해서 내부통제 측면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 금융권에서 해본 적이 없는 서비스이다 보니 향후 계속 개선 사항을 반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AI뱅커가 단순 예적금 상품 추천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청약저축, 투자상품으로까지 상담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연내 주담대, 내년 초 청약저축 상품 상담이 가능하도록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상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AI뱅커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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