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한국이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으로 부상하면서 해외 명품 브랜들은 물론 국내 대형 유통사들도 명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명품 소비 시장은 2021년보다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 1인당 명품 소비는 325달러(약 43만원)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한 해 1인당 명품 구입액은 각각 280달러(약 35만원)와 55달러(약 7만원)다.
이는 명품 브랜드들의 수익에 반영됐다. 디올은 루이비통과 샤넬에 이어 지난해 국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세 번째 1조 클럽에 등극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에르메스도 조만간 1조 클럽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까르띠에는 지난해 한국 시장 매출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명품업계 큰손이 된 한국 시장을 의식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국내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한국 큰손 모시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이 방한했다. 루이비통과 디올은 지난해 4월 각각 잠수교와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작년 5월엔 구찌도 경복궁 일대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또 루이비통은 여행서적 3종에서 모두 서울을 소개하기도 했다.
■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발란 지고 쿠팡·SSG닷컴 등 대형 유통사로 판갈이
경기 침체에도 명품 수요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식품과 생활용품 등이 주력이었던 국내 대형 유통사들도 명품 시장 정조준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대신해 객단가가 높은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와 신세계, 쿠팡 등 유통공룡들이 명품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명품 위주 사업으로 성장한 발란과 트렌비, 머스트잇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수백억 수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군소 이커머스 플랫폼이 주도했던 해외 명품 패션 시장이 명품 경쟁력을 확보한 유통 대기업으로 판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달 19일 세계 최대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를 5억달러(약6500억원)에 인수했다. 파페치는 작년 7월 오픈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와 함께 버티컬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쿠팡의 배송력과 파페치 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백화점 계열사를 두고 있는 롯데나 신세계 등에 비해 취약한 명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파페치 인수로 쿠팡의 기존 플랫폼 이미지 상 명품 입점이 어려웠던 약점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로 약 520조원 규모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SSG닷컴도 지난 7일 글로벌 럭셔리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타포르테 해외직구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했다. 기존 명품전문관인 SSG럭셔리에 네타포르테를 결합한 형태다.
이번 제휴를 통해 SSG닷컴은 네타포르테가 보유한 독점 컬렉션을 비롯해 국내 미발매 신상·한정판 상품 등 총 20만여종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장지철 SSG닷컴 해외소싱·직구 파트장은 "글로벌 기업의 사업 제휴 요청이 늘고 있다"며 "국내 온라인 명품 직구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럭셔리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SSG닷컴 지난해 하반기(7~12월) SSG럭셔리에서 주문한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SSG닷컴은 자사 명품관에 버티컬 플랫폼 네타포트테를 결합함으로써 명품 부문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미스터포터 등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 산하 타 플랫폼 브랜드관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쿠팡에 이어 백화점 계열사를 둔 SSG닷컴도 명품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이커머스업계 명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온은 지난 2022년 9월 명품 전문관인 온앤더럭셔리를 운영하고 있다. 11번가는 작년 3월 명품 전문 버티컬 서비스인 우아럭스를 론칭했다. 지마켓·옥션도 지난 10월 명품 패션 플랫폼 캐치패션과 제휴를 맺고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지마켓·옥션은 이 스토어에서 총 66만개 명품을 선보이며 명품 해외직구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럭셔리 시장 경쟁력을 키울 경우 이들은 신규 고객 집객 효과가 크기 때문에 발란과 트렌비 등 군소 플랫폼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이나 쓱닷컴 등이 명품사업을 어떻게 전개하냐에 따라 온라인 명품 시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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