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투명한 플랫폼’을 표방한 네이버가 때아닌 잇단 불명예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네이버 쇼핑이 온라인 쇼핑몰 피해 건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입점업체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 조정 성립 비율에서는 꼴찌를 나타냈다. 특히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등 불공정 약관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에 이름을 올리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1만254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쇼핑몰 피해 10건 중 3건이 네이버에서 발생했다. 3799건으로 전체 사례의 약 30.2%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 8월까지 피해구제 접수는 총 1585건으로, 네이버는 534건이나 접수 처리됐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양적으로는 커졌지만, 소비자 권리보호 등 질적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뎠다”면서 “쇼핑몰 및 플랫폼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소비자 피해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등 4개 대형 플랫폼와 입점업체 간의 분쟁 조정건수는 지난 5년간 총 297건으로, 전체 조정 건수(401건)의 74.1%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81건으로, 특히 분쟁 조정이 원만하게 성립한 비율에서 네이버의 조정 성립 비율은 34.6%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온라인상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게시물도 급증세를 보였다. 이정문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3년간 ‘온라인 자율정화 협의체’가 적발한 온라인상 단통법 위반 게시물이 12만489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당 분석 결과에서 단통법 위반으로 적발된 불·편법 판매 게시물 중 약 47%(5만9072건)가 네이버 밴드·카페 등 플랫폼에서 유통됐다. 방통위 등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네이버 등 플랫폼 내 신고센터를 통해 불·편법 판매 게시물을 신고한 건수는 최근 3년간 4만6140건에 달했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회신된 조치 결과는 단 1건도 없었다. 네이버 측은 약관에 근거한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약관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게시물을 수정·삭제할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동통신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할 책임이 있는 방통위, 이통3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플랫폼 사업자 모두 책임을 회피하며 사실상 단통법 위반행위를 방관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정비와 관계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율규제위원회 출범 무색…공정위, 불공정 약관 ‘타깃’
한편 네이버는 또한 입점 판매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약관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는 네이버 등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심사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사업자(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정한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라이브커머스는 플랫폼에서의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 대비 라이브커머스 사업자와 판매자 간의 불공정한 이용 약관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매자가 상품을 수령하지 못하거나 계정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무조건 판매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을 시정했으며, 라이브커머스 방송 시 촬영된 영상에 대해 판매자의 저작인격권 행사를 제한한 조항도 삭제·수정했다.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모든 책임을 판매자에게 부담, 불명확한 사유에 근거한 불이익 제공, 모호한 사유에 근거한 일방적 계약 해지 가능, 분쟁발생 시 플랫폼 사업자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 조항 등을 시정 조치했다.
공정위는 “라이브커머스 사업자와 판매자 간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함으로써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플랫폼 내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들을 보호하고 불공정 약관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토·시정해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동반성장지수 최우수’를 발표하며 ‘기술을 통한 성장과 상생’의 ESG 확대 방침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가칭, 이하 자율규제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네이버에 따르면 자율규제위원회는 역동적인 디지털 환경에 맞춰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됐다. 지난해 8월 출범한 ‘플랫폼민간자율기구’ 산하의 4개 분과(갑을분과, 소비자·이용자분과, 혁신공유·거버넌스분과, 데이터·AI분과)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앞서 네이버는 플랫폼민간자율기구 4개 분과에 참여해 입점 계약 관행 개선,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검색·추천 서비스 투명성 원칙과 플랫폼 사회가치 제고를 위한 8대 원칙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위원회는 쇼핑, 커뮤니티,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네이버가 자율적으로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개선안 건의 및 자문, 평가를 진행하고 자율규제와 상생활동을 담은 성과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소비자 보상 및 분쟁처리 프로세스 개편 등을 중점 과제를 선정해 개선 활동을 진행하며 논의된 내용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판매자와 구매자 등 ‘상생’과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네이버가 잇단 구설수에 오르면서 플랫폼민간자율기구, 자율규제위원회 출범 취지가 무색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대형 오픈 플랫폼’으로써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의 경우, 스마트 스토어 뿐만 아니라 외부몰 상품들에 대한 거래도 이루어진다. 모든 불편함과 분쟁이 네이버로 집계가 되는 구조”라면서 “특히 분쟁 조정의 경우 네이버 자체적인 해결 분쟁 건수 비율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 서비스별 다르게 집계되고 반영돼야 하는 한계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 시정 조치와 관련해서는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모든 플랫폼사의 약관에 대해 조치가 이뤄진 사안으로, 오해의 소지 부분을 수정하고 명확하게 한 부분“이라면서 “네이버는 이에 대해 잘 이행하고 시정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서비스다 보니 판매자나 창작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불편을 겪게 하는 부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반영한 것으로, 새로운 약관 안내는 곧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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