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때문에?..삼성·LG 오너家 주식담보 대출↑
대기업 오너 일가 계열사 주식 담보 대출 7조6천억
전년 대비 2조2362억↑…삼성 증가율 가장 높아
김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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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07:38 | 최종 수정 2023.08.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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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담보 대출이 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이달 초 기준 7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이들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7조65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5조4196억원)보다 41.3%(2조2362억원) 늘었다.
1년 새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으로, 삼성가(家)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4%를 담보로 제공하고 4781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해 주식담보 비중은 20.2%였다.
대출 규모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50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조1167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611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삼성 다음으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곳은 LG였다. LG그룹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2747억원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2월과 6월에 각각 230억원과 1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면서 총대출금액은 1770억원이 됐다. 이 역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주로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경영자금 확보나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오너 일가의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받은 주식 담보 대출의 금리는 5%대로 알려졌다.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만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세 모녀가 일부 계열사 주식까지 처분한 것과 관련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는 이유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매각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300만주 전량과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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