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 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국내 식품업계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가격을 조정하지 않은 기업은 실적이 부진했다.
17일 공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7596억원과 영업이익 13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증가, 21%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사업이 원재료 가격 급등 및 고환율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수요 위축 등으로 판매량이 감소된 영향이다.
반면 해외 사업은 고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비비고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제품(GSP)이 성장해 매출(15%)과 영업이익(50%)이 큰 폭 상승했다. 특히 GSP 매출은 미국(30%)과 유럽(41%)에서 성장했다. 전체 식품 사업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확대됐다.
가격 조정을 하지 않은 대상도 실적이 부진했다. 같은 기간 대상은 매출은 9896억원으로 0.3% 증가했고, 영업이익 249억원으로 41.8% 감소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및 조미료·장류 등 주요 품목의 매출은 성장했으나 원가 부담과 소재 사업 라이신의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한류 열풍에 따른 K푸드 인기로 국내 식품기업의 해외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내수 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더불어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으로,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풀무원 등 일부 식품 기업은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반면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앞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식품기업은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라면 3사는 해외 성장세와 경기 불황에 따른 라면 수요 증가로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농심은 올해 1분기 매출 8604억원, 영업이익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85.8% 증가했다. 오뚜기는 매출이 15.4% 오른 8567억원, 영업이익이 10.7% 증가한 653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매출이 21.5% 증가한 2455억원, 영업이익이 2.6% 감소한 239억원을 거뒀다. 다만 밀가루·설탕 등 원자재 급등 및 물류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라면 3사는 국내 제품 가격 인상과 해외 시장에서의 고성장세로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국내 라면 등 제품 가격을 연달아 올린 바 있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하며 사상 처음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제과·빙과 업계 역시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와 흡수·합병한 이후 실적이 큰 폭 개선됐다. 롯데웰푸드는 영업이익이 36.5% 증가한 186억원을 거뒀다. 통합 효율화 작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올해 2월부터 제과·빙과류 제품 가격을 인상한 효과로 분석된다.
빙그레도 주요 빙과·유제품 가격을 인상한 이후 영업이익이 702% 증가한 127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9년 만에 국내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후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991억원을 기록했지만,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9.7% 성장했다.
하나증권 심은주 연구원은 “연중으로 곡물 가격이 1분기에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둔화로 이미 작년 말부터 가격 저항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파악된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저가형 카테고리(라면·캔햄·김 등)를 판매하는 업체가 실적을 방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K푸드는 빠르게 글로벌 저변을 확대 중이다. 관세청에 의하면 미국 향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난 3년 간 연평균 15% 성장했다. 동기간 중국이 6% 성장한 것에 비교하면 확실히 아시아 외 지역이 성장을 견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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