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非)롯데맨’ 김상현 부회장이 롯데 유통군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의 파격적인 외부 인사로 영입된 롯데 유통군의 수장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 만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롯데그룹은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김 부회장의 주도 아래 롯데쇼핑은 올해 유통 1번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온라인 혁신 기술 도입을 통해 롯데그룹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비(非)롯데맨’ 출신 구원투수, 수평적인 조직 문화 도입 주력
김상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인사로는 처음이다. 변화와 혁신의 인물로 롯데 유통군을 지휘하게 된 김 부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롯데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자일(agile) 조직’을 목표로 삼았다.
애자일(agile) 조직이란 수직적인 직급 체계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팀을 조직하고 팀 개개인의 오너십을 부여하는 수평적인 조직을 의미한다. 김 부회장은 취임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샘 킴’ 혹은 ‘김상현님’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4월 유통군HQ를 대상으로 직급 대신 ‘님’을 붙이는 호칭제도도 도입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렛츠 샘물’이라는 사내 소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샘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규모 그룹 티미팅 형태로 취임 초기부터 매월 2차례 이상 진행하다 지난 6월부터 40~50명 규모의 타운홀 미팅으로 확대했다. 김 부회장은 미팅을 통해 롯데 유통군의 역할 및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현장에서 청취하고 있다.
■ 롯데 유통군의 새로운 비전, ‘고객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 혁신 방점
김상현 부회장은 지난 7월 사내 임직원 게시판을 통해 ‘고객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다시 유통 1번지가 되기 위해 롯데 유통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는 전제를 강조했다. 조직문화와 조직역량, 포트폴리오을 위해 5S 기반의 업무 혁신을 주문했다.
5S는 ▲단순화(Simplify) ▲표준화(Standardize) ▲시너지(Synergy) ▲확장(Scale) ▲공유(Sharing)를 뜻한다. 고객 가치 중심으로 업무 방식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며 협업을 통해 공동의 시너지 창출하고 전 계열사가 힘을 합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며 직원 간 목표와 목적을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롯데 유통군은 현재 ‘품질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라는 유통의 본질을 이뤄내기 위해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PB브랜드 경쟁력 강화, 오프라인 매장 시너지 구축, 계열사 간 협업 등 새로운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 ‘김상현 매직’에 확 바뀐 롯데쇼핑..체질 개선 효과 톡톡
롯데쇼핑은 올해 들어 실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 이후 경재활동 재개에 맞춰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파격적인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조직 문화를 쇄신하고 혁신을 이뤄낸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조직 문화를 쇄신하고 혁신을 주도한 김상현 부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133억원과 영업이익 15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 418.6% 증가한 수치다. 올해 누적 기준은 매출 11조6860억원과 영업이익 293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98.3% 급증했다. 백화점뿐 아니라 마트, 슈퍼, e커머스 등 실적 호조로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쇼핑은 최근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영국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0년 출범한 온라인 통합 쇼핑몰 ‘롯데온’이 영향력을 펼치지 못한 상황에서 온라인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롯데쇼핑은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해 온라인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김상현 부회장 경력 및 약력
펜실베니아대학교 정치학 경제학
1986~2015 P&G 근무
1989~1997 한국P&G 마케팅 창설 멤버
1997~1999 일본P&G 마케팅 디렉터
1999~2003 미국 Beauty Care 사업부 대표
2003~2008 한국P&G 대표이사
2008~2014 동남아시아 및 아시아 신흥시장 총괄대표
2015 P&G 그룹 Beauty 신규사업 부사장 (미국)
2016~2018 홈플러스 대표이사/부회장
2018~2021 DFI Retail의 그룹 H&B CEO 겸 싱가포르 DFI Retail 법인장
2022.02~현재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 경영비전
고객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
■ 한줄 어록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은 직책이나 직급과는 상관이 없고 고객을 접하면서 배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편하게 ‘샘(Sam)’이나 ‘김상현’으로 불리는 게 좋다.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서슴없이 저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모든 직원이 중요하다. 임직원들이 모두 중요하고 한 분 한 분을 위해서 그들을 돕고 역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 저의 중요한 임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부딪쳐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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