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면세점이 오는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한다.(자료=현대면세점)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면세업황 부진이 수년간 지속되며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면세업계가 고강도 경영 효율화에 돌입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면세점이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사한 부장급 이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시내면세점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올해 7월까지 동대문점도 폐점하고 기존 면세점으로 운영하던 무역센터점 8~10층에서 10층을 현대백화점에 반납한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 상황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고 나아가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롯데면세점, 9월 HDC신라면세점, 11월 신세계면세점 등 다른 면세점들은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100여명, HDC신라면세점은 2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의 1분기 영업적자 총합은 268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내 면세업계 매출은 24조8586억원에 달했으나 2024년 14조2249억원으로 5년만에 42.8% 감소했다.

이는 과거 면세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내 여행객도 줄어들면서 시내면세점 운영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200만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93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김동하 신임 대표 취임과 함께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잠실 월드타워점의 영업 면적을 축소했고 나우인명동도 1년만에 철수 결정을 내렸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월 부산점 문을 닫았다. 작년 10월 영업 면적을 축소하며 효율성 제고에 나섰지만 운영 비용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폐점에 이르렀다.

현대면세점도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 3개층을 사용하던 면세점 규모를 2개층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2019년 200만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93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자료=연합뉴스)

높아진 시내면세점 운영 부담에 업계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집중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 내 일부 면세점에 대해 매출액에 연동하는 영업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산정 기준을 전환했다. 이는 사실상의 감면 혜택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도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구조 개선 및 감면 필요성이 논의되는 등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의 임대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 펜데믹 이전 면세점 매출의 70%를 담당했던 따이공(보따리상)들의 이탈을 채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별관광객(FIT) 공략에 힘쓰고 있지만 관광객 수 감소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강도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며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 구조도 점차 다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