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를 섹시하게" 조현민 한진 사장..통 큰 베팅으로 '택배업계 2위' 굳히기

'물컵 갑질' 사건 이후 4년 만에 공식 석상서 모습 드러내
2025년까지 1.1조 투자..매출 4.5조·영업익 2000억 목표
1분기 영업익 152% 껑충..올 2분기도 36.7% 증가 관측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7.11 11:12 의견 0
최근 한진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대규모 투자 계획과 실적을 목표로 제시했다. 사진은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 [자료=㈜한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섹시한 물류를 선보이겠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40)이 2018년 '물컵 갑질'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4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사장은 택배종가인 한진을 관리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1조가 넘는 '통 큰 베팅'도 서슴치 않을 계획이다. 파격적인 등장답게 당당한 그의 포부 만큼 한진은 계속해서 택배업계 2위 자리를 굳히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최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대규모 투자 계획과 실적을 목표로 제시했다. 향후 3년 간 ▲물류 인프라 확충(8000억원) 해외법인 설립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1500억원) 등 부문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진은 12개국, 28개 거점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5년 뒤에는 19개국 50개 거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2025년에는 매출 4조5000억원과 영업익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앞서 한진은 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과 영업익 1050억원을 거뒀다. 3년 뒤에는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일궈내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건 셈이다.

더욱이 조 사장이 드러낸 포부는 업계의 이목을 끈다. 그는 물류는 전통적으로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물류를 섹시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섹시한 물류를 달성하기 위한 키워드로 로지스틱스(물류)와 엔터테인먼트(오락)의 합성어인 '로지테인먼트'를 소개했다. 물류를 게임, 영화, 패션 등과 결합해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조 사장은 택배와 게임을 조합한 택배왕 아일랜드 개발을 주도하는 한편 택배를 소재로 한 단편 영화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이 '섹시한 물류'를 가꾸는 데 1분기 호실적은 자신감을 한층 더해준다.

한진은 올 1분기 영업익 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껑충 뛰며 업계 3위인 롯데택배(155억원)보다 189억원 많은 규모를 거뒀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7062억원으로 27.5% 늘었다.

곧 발표될 2분기 성적도 예감이 좋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이 2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7225억원과 3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5%, 36.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고유가 장기화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택배단가 협상과 자동화 설비 확대 등 원가절감 노력으로 완화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이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선보인 지도 올해로 30주년이다. 조 사장이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고 경영보폭을 넓히면서 한진의 미래성장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지는 계속해서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1983년생인 조 사장은 지난 2020년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올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발령됐다.

한진 관계자는 "조 사장은 한진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물류사업에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고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구축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택배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위한 핵심 역량이 될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를 포함해 IT 시스템 기반 운영 역량 강화 및 택배 인프라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사장은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가 2019년 6월 지주사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당시 그는 한 광고업체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는 등 갑질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본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어리석은 행동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반성의 뜻을 전했고 이후 경찰에 출석해 다시 한 번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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